4화. 라방-라이브 방송

도파민#04

by 제난희

지이잉—


핸드폰 진동음에 서영의 시선이 자연스레 핸드폰으로 옮겨졌다.

아직 퇴근 전인 사무실.

하지만 서영에겐 퇴근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생겼다.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음으로 켠 화면.

서영은 채팅창에 자기도 모르게 글을 남겼다.


- 아직 퇴근 못했어요. 판매자님, 천천히 진행해주세요.


곧이어 채팅창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저도 아직 퇴근 못했어요.

-이제 설거지해요.

-아이가 아직 안 자요! 다시 들어올게요.

-스겜해주세요!


여전히 인기 넘치는 라방이다.

모두가 들어오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한다.

서영은 핸드폰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그곳은 늘 뜨겁다. 그녀를 기다려주는 유일한 세계처럼.



퇴근 후, 샤워를 마친 서영은 왼쪽 귀에 에어팟을 낀다.

오른쪽 귀는 아이들 소리에 열어둔다.

이제 아이들에겐 이런 엄마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언제부터였을까.

하루를 마치고 가족들과 나란히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에서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를 찾던 시간.

이젠 그런 장면이 사라졌다.

아이를 재운다며 방으로 들어간 뒤,

나오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오랜만에 남편이 방 문을 열었다.


“오늘… 중요한 라방 있어?”


“응? 아니. 왜?”


“오랜만에 같이 드라마 보자. 나와.”


“응. 나갈게.”



남편은 거실 조명을 은은하게 켜고

TV를 켜고 기다리고 있었다.

서영은 왼쪽 귀에 에어팟을 낀 채 소파에 앉았다.

오른손엔 핸드폰.

남편이 있는 방향과 반대로 핸드폰을 기울였다.

라방이 켜진다.


눈은 TV를 향하고 있지만, 귀는 아니다.

한쪽만 켜진 현실.

그런 서영을 보며 남편이 말했다.


“그냥 라방 봐.”


남편은 몸을 기울여 그녀의 왼쪽 귀를 본다.

서영은 놀라긴 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아니야.”


귀에서 에어팟을 뽑아 케이스에 넣는다.

‘탁.’

뚜껑이 닫히는 소리가 방 안을 작게 울렸다.


“책을 사던 게 더 나았던 것 같아.”


“응?”


남편은 서영을 보지 않고, TV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 말에 서영은 잠시 멈칫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직감.

감정보다 먼저, 이성이 반응했다.



베란다 한쪽엔 아직 열지도 못한

택배 봉투와 박스들이 쌓여 있었다.


“엄마, 옷 많아! 이제 그만 사!”


아이들이 박스를 열며 말했을 때,

남편은 아이들을 다그쳤다.


“엄마가 필요하니까 산 거야.”


남편은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

서영이 우물쭈물 눈치를 보면,

오히려 “사람은 소비 욕구가 필요해.”라며 웃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 말이,

감싸는 말이었기에 더 깊이 박혔다.

서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커피를 내리며, 서영은 어젯밤의 주문 내역서를 확인했다.

아이 사이즈, 라이브 특가, 한정 수량.

그 모든 말들에 어젯밤의 자신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이걸 전부 내가 샀다고?’


낼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절대 적은 돈은 아니었다.

오프라인보다 싸다고는 했지만,

그날의 도파민 가격은 그보다 훨씬 비쌌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샀다.

지금 입금하지 않으면 구매는 자동 취소된다.


인터넷뱅킹 화면.

손가락이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결국,

서영은 입금을 눌렀다.


‘오늘은… 안 들어간다. 진짜로.’



그날 밤.


아이를 재우고 누운 침대.

오늘따라 아이는 좀처럼 잠들지 않았다.

서영은 귀를 막고 싶었다.

심심함은 멀쩡한 정신을 먼저 갉아먹는 법이다.


에어팟을 든다.

뚜껑을 여는 소리에,

옆에 누운 유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엄마, 라방 보려고? 어두운데서 핸드폰 보면 눈 나빠진대.”


서영은 잠시 숨이 막힌다.

그리고 웃으며 대답한다.


“응… 엄마가 먼저 잠들면 유미가 무섭잖아.”


“응, 맞아.

내가 먼저 잠들 거야!”


유미는 내기하듯 이불을 덮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서영은 에어팟을 귀에 꽂는다.


[shootingstar84님이 입장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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