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라방-라이브 방송

주리#03

by 제난희

[easybusymom 님이 참여하였습니다.]


화면에 판매자와 낯익은 창고가 보인다.

- 사장님 오늘 지각이네요!

“미안해요~ 차가 막혀서 좀 늦게 켰어요. 다들 좀 들어오시면 시작할게요!”

- 손톱 예뻐요!

“눈도 좋으셔~ 그새 봤어요? 손톱 바꿨어요!”


주리는 기분이 좋아졌다. 라방이 시작하면 그녀는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살아 있는 시간이다.

이곳에 들어오면, 주리 자신은 꼭 이곳에 필요한 존재가 된다.

- 사장님 공지 안 떠요!

“쓰고 있는데, 공지가 안 되네요;;”

- 제가 쓸게요~

“됐다! 고마워요, 주리 씨!”

- 사장님은 나 없으면 안 돼~


주리는 ‘찡긋’ 이모티콘을 붙이려다 말았다.

판매자와의 교감이 좋았고, 라방에서 자신의 이름이 자꾸 언급되는 게 좋았다. 특별해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금세 입장했고, 입장 인원은 200이 넘어가고 있었다.

판매자는 판매를 시작했다.


“오늘은 빨간 모자부터 시작할게요. 수량은 많지 않은데, 여기 창고 사장님이 우리 언니들 위해서 특가로 주셨어요. 만 원! 백화점에 납품하던 거래예요!”


판매자는 늘 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모자를 썼다.

채팅창은 예상대로 폭주 상태로 접어들었고, 순식간에 수많은 채팅들이 겹치며 누락되기 시작했다.

주문 채팅이 쏟아지는 사이, 그녀도 빠르게 타자를 쳤다.

- 김주리 4352 빨간 모자 88번


그녀의 뒤로 많은 주문 채팅이 올라왔다. 그녀가 제일 빨랐다.

판매자는 주리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부르며 **싱크(채팅 속도)**가 빠르다며 감탄한다.

그 뒤로 호명되는 사람들도 덩달아 주리의 속도에 칭찬과 부러움을 적어댄다.

- 언니 진짜 빠르다

- 주리 님, 사장님 옆에 혹시 계신 거 아니에요?

- 핸드폰 뭐 써요?


주리는 싫지 않다.

그녀는 모자를 산 게 아니었다.


판매자는 카메라를 들고 옮긴다.

카메라가 그녀의 정수리를 비춘다.

구매자들은 그 화면을 보며 재밌다고 환호한다.


“시원한 소재의 아주 얇은 여름 청바지예요. 사이즈 다 있고요, 이것도 백화점 납품 상품이에요. 수량 많지는 않아요. 허리에 히든 밴드도 있고요.”

- 언니 입어주세요, 핏 보고 싶어요.

- 언니 역시 입으니까 진짜 예뻐요. 사고 싶어요.


주리는 그런 채팅들을 보고 내키지 않았다.

시간도 없는데 입어달라니. 입고 벗고 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입지 말라고 적고 싶었지만 참았다.

채팅창은 칭찬으로 들썩였고, 분위기가 좋은 그곳을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번호 부를게요. 50번.”

- 김주리 4352 여름청바지 50번

- 이서영 여름청바지 50번

- 황민하 9251 여름청바지


채팅창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고, 판매자는 빠르게 읽었다.


“김주리 4352, 이서영… 아, 번호가 없네요.

그럼 다음 사람, 황민하 9251. 여기까지 호명할게요. 완판입니다.”

- easybusymom 주문할 때 아래 공지 읽어봐 주세요. 이름, 전화번호, 상품 번호 적으셔야 해요. 아니면 호명 안 됩니다.

- youyoumom 네, 몰랐어요.


‘아, 또 신규 분들 많네…’


번호만 덜렁 쓰는 사람.

폰번호 안 쓰고, 상품명도 뒤죽박죽.


-그런 식으론 주문 안 돼요.


채팅창에 간단히 적는다.

정중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누가 봐도 룰을 어긴 거다.

그녀는 돕고 있을 뿐이다.


youyoumom의 대답이 뭔가 괜히 주리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주리는 초보들이 센스를 몰라서 그렇지, 결국 다 고마워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여긴 그냥 라방하는 곳이 아니다.

여긴, 그녀가 주인공이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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