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마음 – 나는 왜 이토록 글을 쓰고 싶어할까

by 제난희



요즘 글쓰기에 매력을 느끼다 보니, 조금 더 잘 써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에게 글은 어떻게 써야 하고, 출판은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게 됐다.

글을 써본 사람도 있었고, 책을 출간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흔히 말하는 ‘I형 인간’이라 대인 관계가 넓은 편은 아니기에, 결국 도서관을 찾았다.

그리고 책 제목 중에서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책을 골랐다.


『쓰는 습관 – 글쓰기가 어려운 너에게』

이시카와 유키 지음.


읽을수록 좋은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나하나 적어가며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도서관 책이라 반납 전에 기록을 남겨두려는 마음이었는데,

중요한 문장들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한 권을 다 베껴 쓰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물론,

우리가 글을 어떻게 대하고,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도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다.

읽으며 느낀 건, 나는 아직 ‘독자’의 시선으로 글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책의 마지막엔 ‘우리가 왜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나는 그 부분이 특히 좋았다.


“인간은 자기 객관화를 어려워하는 존재입니다.

‘나’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죠.

자신이 쓴 글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본 후에야 비로소 진짜 자신을 발견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기쁜 날보다 힘들고 슬펐던 날들에 더 자주 글을 썼던 기억이 났다.

그 글들은 기록이라기보다 울부짖음이었고,

절망적인 감정을 쏟아 부은 토사물 같았다.


사람들은 나에게 말했다.

외동딸이라 사랑 많이 받았겠다고,

집이 잘사니 좋겠다고,

항상 밝고 착한 아이라고.

엄마가 아프니 네가 장녀니까, 라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그렇게 나는 항상 웃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믿음 속에서 지냈다.


누구에게 데려가 키워도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처럼 보이고 싶었던 건,

어쩌면 생존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강하다고 믿었고,

잘 버틴 나 자신을 대견하게 여겼다.


하지만 그 시절의 글을 보면,

지금도 너무 아파서 끝까지 읽을 수가 없다.

겉으로 보인 나와, 글 속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작가의 말이 맞다.

인간은 자기 객관화를 어려워하는 존재다.


“내가 어떤 것에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책이 좋다.

작가와 대화하는 느낌이 든다.

책 속 글들이 내게 꼭 필요한 말처럼 들릴 때,

마치 내 옆에 작가가 있는 듯 위로받는다.


이 책을 내가 그 시절에 읽었다면, 조금은 덜 힘들었을까.


“나에 대해 알면 무리하는 일을 줄이고,

기분 좋은 시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해외로 자기 탐색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자신이 쓴 글과 마주하면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글 속에서 나를 발견해 봅니다.

글쓰기는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학창 시절, 날것 그대로의 글을 쏟아내던 내가

이제는 내 삶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정리하며,

나이 들어가는 나 자신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기록하고자 한다.


예전의 나도 나고, 지금의 나도 나다.

찌질했던 모습도, 쿨한 척 애썼던 모습도,

열심히 밝게 웃으려고 애썼던 모습도 모두 나였다.


그 시절의 나에게 누군가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돼.

밝은 척 말고 진짜 밝고 싶었던 너의 마음을 나는 알아.

고생 많았어.”라고 말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에서야 그런 말을 해준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일하는 여성으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아버지의 딸로서

나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숙제들이 생기지만,

그럴 때마다 지난날의 나를 떠올리며 다짐했던 것들을 기억하려고 한다.

과거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힘들었던 날들만 기억하기보단 그 시간 속에서 배운 것들을 기억하고 싶다.


힘듦만 기억하기엔 인생의 맛이 너무 쓰니까.


물론, 내 아이가 나처럼 힘들고 아픈 시간을 통해 배우기를 바라진 않는다.

좋은 부모로서, 아이가 좋은 경험으로 지혜를 쌓아가길 바란다.


다행히 나는 많은 인맥은 없지만

좋은 선생님, 친구들, 언니들, 남편, 아버지, 그리고 아이들에게

여전히 배우고 있다.


힘들 때도 있고, 일이 안 풀릴 때도 있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때도 있다.

하지만 감정을 쏟아내기만 하지 않고,

정리하고 다시 들여다보려 한다.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감정적이고 부정적인 날도,

이성적이고 긍정적인 날도 있다.

무한히 감정적일 때도,

무한히 이성적일 때도 있다.


그 모두가 나다.

전부 다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