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기 희망을 선택하다

두 갈래 길 앞에서 묻고

by 황희종

973년 겨울, 군북중학교 3학년 교실은 입시를 앞둔 열기와 함께 싸늘한 현실의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진학이라는 단어는 달콤한 약속처럼 보였지만, 나에게는 집안 형편이라는 벽이 앞을 막아선 높은 산처럼 느껴졌다.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앞에 두고, 열여섯 소년의 마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바로 그때, 군북고등학교에서 뜻밖의 제안이 다가왔다. “3년간 회비 전액 면제와 장학금 지원”. 가난 때문에 꿈을 접어야 할지도 몰랐던 내게 그것은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하늘이 내려준 희망의 사다리였다. 담임선생님의 따뜻한 조언과 믿음 속에서 나는 그 사다리를 붙잡기로 했다. 주어진 현실 속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찼다.

그러나 곧 또 다른 길이 내 앞에 놓였다. 지역 명문인 마산고등학교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 있었던 것이다. 한쪽은 형편이 이끄는 길, 안정된 선택이었다. 다른 한쪽은 꿈이 끌어당기는 길,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도전이었다. 나는 조용히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정말 감당할 수 있을까? 가난을 무시한 꿈은 그저 욕심일 뿐일까?”

그때, 마산에서 홀로 자취하던 형이 군북으로 내려왔다. 내 이야기를 들은 형은 단호하게 말했다.

“마산고에 합격했으면 그냥 마산으로 와라. 내가 있는 데서 같이 자취하면 된다. 먹고 자는 건 내가 어떻게든 할게.”

그 말은 내 인생의 가장 강력한 지지대였다. 그것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너는 꿈을 꾸어도 괜찮다. 네 길을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겠다”는 믿음이었다. 가난이 나를 주저앉히려 할 때, 형의 손길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형편이 이끄는 길이 아니라, 꿈이 끌어당기는 길을 선택하겠다고. 이 결단은 내 삶의 주도권을 처음으로 스스로 쥔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 용기 있는 선택 덕분에, 소년 황희종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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