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그리움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들

by 황희종

나는 오래 걸어왔다.

흙냄새 나는 고향에서 시작해,

공직이라는 길을 지나,

현장과 노동의 시간을 건너

다시 공공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 책은

성공의 기록이 아니다.

잘난 선택의 연대기도 아니다.

다만

한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책임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낸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그리움은 늘 있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

함께했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자리들에 대한 그리움.


그러나 나는 알게 되었다.

그리움은 붙잡을 것이 아니라,

지나가게 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그 자리에

힘이 남는다는 것을.

이 글들을 다시 읽고,

또 읽으며 정리하는 시간은

나 자신에게 주는

조용한 위로였다.


“그래도 열심히 살았구나.”


그 한 문장을

스스로에게 건넬 수 있었다면

이 기록은 이미 역할을 다했다.

혹시 이 책을 읽는 누군가가

지금 삶의 갈림길에 서 있다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늦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자기 삶을 끝까지

자기 발로 걸어가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조금 천천히 걷는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다시 사람을 만나고,

다시 공공을 생각한다.


그리움이 지나간 자리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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