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은 곧 행복이다.
요즘 육아 정보를 찾다 보면,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춘 다양한 장난감을 소개하는 글이 많이 보인다. 실제로 아이를 키우면서 발달 단계에 맞는 장난감을 줬을 때, 아이가 흥미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로서 뿌듯함과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나 또한 아이의 발달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장난감들이 여럿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극에 반응하는 아이의 모습은 보기에는 좋지만, 이런 ‘끊임없는 자극’이 아이에게 꼭 필요한 걸까? 이런 풍족함을 제공함으로써 아이에게 ‘지루함을 견디는 힘’을 빼앗고 있는 건 아닐까?
김붕년 선생님의 『아이의 뇌』를 읽으며 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아이의 뇌는 환경 자극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뇌로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은 즉, 아이가 과한 자극에만 익숙해진다면,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를 지루한 것으로만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는 아이를 보면 죄책감을 느끼는 부모가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가 조용히 허공을 바라보거나 웃지 않는 등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뭔가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끊임없이 아이에게 제공되는 장난감은, 사실 지루함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아이는 지루함을 느끼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요한 시간 속에서 아이는 여러 사물을 관찰하고 감각을 확장하며, 생각하는 힘을 천천히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지루하거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만 경험할 수 있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일, 친구와 가까워지는 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 공부에 몰입하는 일… 이 모든 것들은 단기간에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들이고, 참고 인내하는 과정에서 진짜 변화가 일어난다. 변화는 서두른다고 빨리 오는 것이 아니며, 곁에 머물며 천천히 기다려줄 때 비로소 다가온다. 하지만 아이가 자극적인 환경에 익숙해진다면, 이런 변화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어려워질 수 있다. 책을 읽기보다는 요약을 찾고, 친구 관계에서 인내하지 못하며, 타인의 감정을 세심하게 읽는 능력 또한 약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천천히 쌓여가는 행복의 의미를 모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루함에 익숙해지는 일은 아이가 행복을 배워가는 소중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걸 깨달은 이상, 오늘은 아이의 주변에 놓인 수많은 장난감을 치우고,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 자연을 보여주기 위해 산책을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