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알고 있지만, 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몸이 열정을 못 따라가는 나, 그리고 그 사이에서 느끼는 좌절과 불안

by 김현지

확실히 대학교에 오고 나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분야에 강점이 있는지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걸 가장 크게 체감하게 되는 것이 대외활동. 나는 대외활동을 해본 적이 꼴랑 1번밖에 없다. 하지만, 원하는 대외활동에 몇 번 합격한 경험이 있다. 이때의 경험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기쁨을 느끼는지, 어떤 부분이 남들보다 앞서 있는지를.


첫 번째는 거리낌 없이 나를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자존감이 높지 않다. 나를 사랑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우습게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1년 반동안이나 배웠는데 말이다. 자존감은 높지 않지만 특정 부분에서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것은 나를 소개할 때이다. 학교 수업에서 발표를 하면서도 알 수 있었던 부분인데, 특히나 대외활동 포트폴리오 작성 시에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지 상대방이 나를 궁금해하고 한 번 더 눈길을 줄지에 대한 고민이 즐겁고, 즐겁게 일을 해서인지 결과물도 만족스럽다.


두 번째는 기획하는 일을 즐거워한다는 것. 대외활동 서류나 면접에서 주제를 한 가지 던져주고 행사를 기획하라는 문항과 질문이 있었다. 이전에 나는 우리 과 학생회 기획부를 보면서 너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기획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재미있었다. 그래서 시키지도 않은 내 행사 기획에 대한 홍보물과 기획안까지 따로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즐길 수 있고 이 회사도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괴롭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 또는 버스를 타다가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장을 켰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증발하지 않도록 꾹꾹 눌러 담았다. 그것이 빛을 발한 건 면접 때였다. 좋은 아이디어라는 칭찬을 받고 나서 자신감이 생겼다.


세 번째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완전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다. 사람을 많이 가려서 사귄다. 이건 나의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은 좋아한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발표를 하거나 면접을 보는 것 등이다. 그래서 대외활동 준비도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다. '일단 면접까지는 가보자!' 하는 마음 때문인지. 그래서 이런 기회가 있으면 잡으려고 노력한다.








대외활동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홍보대사. 작년에는 엄두도 못 냈다. 왜냐하면 비루한 스펙이 다른 지원자를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혼자 겁을 먹은 것이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대외활동 커뮤니티를 보다가 작년에 바라보기만 했던 홍보대사 대외활동을 발견했다. 다른 모집 공고보다 압도적인 조회수와 책갈피 수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궁금해졌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곧이어 나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서류를 적어내려 갔다. 솔직히 나에게 스펙 따위란 없다. 그래서 도박적으로 글을 적어보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해보지 않았을 만한 이야기들로. 수업에서 발표를 통해 친구를 사귄 경험을 자소서에 써 내려갔다. 쓰면서도 이게 맞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게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경험이니 믿고 썼다. 서류 합격이 힘든 대외활동이었다. 하고 싶은 마음에 비해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은 자소서였다. 귀찮아서 일지도 모른다.



서류 제출을 하고 약 일주일 몽골 여행을 다녀왔다. 몽골 여행에 가서 다른 대외활동 문제로 정신이 없을뿐더러 몸이 심하게 아팠다. 밥도 못 먹을 정도여서 하루를 꼬박 굶으며 본가로 내려왔다. 그런 내 소식을 먼저 들은 엄마는 딸 몸보신 시켜준다고 백숙을 끓여놨다. 그래서 허겁지겁 배를 채웠다. 정성이 듬뿍 들어간 엄마의 음식 덕분인지, 컨디션이 살짝 나아졌다. 다음날 바로 멘토링 발대식을 하러 대전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기차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기침을 너무 많이 해서 배에 경련이 일어났다. 아픈 배를 붙잡는데 야속하게 기침이 계속 나왔다.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었다. 그런 정신없는 와중에 홍보대사 1차 서류 결과가 문자로 왔다. 1차 서류 합격. 자기소개 영상을 면접 전에 제출하라는 것도 함께.


일단 1차 합격의 기쁨도 잠시, 몸이 너무 아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퍼질러 누워있었다. 동네에 약을 엄청 독하게 주기로 소문난 병원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잘 가지 않았는데 이때는 죽을 것 같아서 그 병원에 갔다. 그러니 서서히 나아지는 게 보였다. 나아지는 건지 약에 취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좀 나아질 때 슬슬 자기소개 영상을 찍었다. 그게 제출 하루 전이었다. 몸도 몸인데 평소에 영상 편집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구상해 놓은 컨셉은 있었지만, 실력의 한계로 깔끔하고 명료한 컨셉의 자기소개 영상을 찍는 것으로 전면수정되었다. 나는 계획적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낀 게 영상을 준비하면 서다. 대본을 즉석에서 짜서 영상을 찍었다. 그렇게 얼레벌레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괜찮다고 해줘서 그대로 제출했다. 사실 나도 내 영상이 평균 이하는 아니라고 생각해 친구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이상하다고 해도 '이 정도면 괜찮은데 어쩌라고.' 마인드로 그냥 제출했을 것이다. 답이 정해진 사람의 전형이었다.


면접은 설렁설렁 준비했다. 준비할 게 너무 많아서 중요한 것 위주로만 자세히 준비했다. 준비하면서 보니까 아는 사람 3명도 서류에 붙었다. 친하진 않아서 연락을 해보지는 않았다. 그냥 아 이 사람들도 붙었구나 싶었다. 서류 붙었다고 신난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심지어 한 사람은 나와 면접조가 같았다. 신기했다.

같은 조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잘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겼다. 그래서 꼭 물어본다는 '마지막 포부'에 힘을 썼다. 소품도 준비했다. 이 소품을 준비하느라 애먹었다. 풀이 필요했는데 집에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한 풀이 없었다. 온 집안 서랍을 다 열어봤는데도 없어서 엄마가 사다 준다며 마트에 다녀오셨다. 너무 감사해서 그때 꼭 좋은 결과를 맞이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면접날이 되었다. 면접은 비대면이었다. 나는 대면 면접을 좋아하는지라, 실망이 컸지만 어쩌겠는가. 단톡방에 공지된 링크로 접속했다. 면접관님이 뭐라고 소개를 해주시는데 들리지 않았다. 오류가 난 것이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버버 거리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면접관님이셨다. 내 소리는 전달이 되는데 다른 사람의 소리가 나에게 전달이 되질 않았다. 멘붕이 왔는데 면접관님이 시키는 대로 재접속을 했다. 그러니 괜찮아졌다. 그렇게 면접이 시작되었다.



면접 질문은 예상한 곳에서 거의 나왔다. 하지만 나의 오디오 문제로 인해 당황스러움이 컸을 뿐.. 덕분에 손이 덜덜 떨렸다. 손은 떨이지만 입은 떨리지 않았으므로, 질문에 대한 답은 잘했다. 면접에서 걸리는 것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른 지원자가 말할 때는 방긋 웃고 있었다.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었다. 아쉽게도 우리 조는 마지막 포부를 말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소품들아 미안해. 면접이 끝나고 느낀 점은 '내가 불합격이라면 그 이유는 면접이 아니라 자소서와 자기소개 영상 때문이겠구나.'였다.



결과는 합격. 지방은 합격자가 적은 편이라 기뻤다. 처음에는 기쁨이 컸지만, 이내 우울과 불안이 커지기 시작했다. 합격자가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신나서 제출을 했다. 그리고 OT도 들었다. 합격자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몸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리고 OT를 들으면서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내 건강으로는 하기 힘든 활동이겠구나를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몸상태가 대학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이전처럼 꾸준히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우울했다. (원래는 방학 때 운동과 식이조절을 하며 건강을 복구시키고, 대학병원 치료를 중단하려 했다. 하지만 실패에 가깝다고 할까..) 대학병원에 가야 하는 시기와 겹쳐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엄마아빠랑 상의 끝에 취소를 했다. 언제쯤 나는 내가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올해 초에도 엄청 하고 싶은 대외활동에 붙었는데 취소를 했다. 병원에서 휴학을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도 늦게 들어온 마당에 졸업을 더 늦출 수는 없어서 학업만 집중하자는 마음에 부수적은 모든 것을 포기했다. 지금도 똑같다. 그때와.. 좋은 결과에 비해 상황이 좋지가 않다.




올해 초 다른 대외활동을 취소했을 때보다는 덜 우울했다. 현실에 체념을 해서일까. 나에게 온 기회를 잘 잡지 못하는 것 같아서 슬프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합격자 단톡방을 나올 때 사람들 프로필을 보니 모두들 반짝반짝 빛났다.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자리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빛나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으면 더 힘들었을 거라고 나를 위로했다. 그리고 내게 휴식을 주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활을 걸고 준비했던 대외활동 서류에 떨어졌다. 이게 합격 취소보다 충격이 컸다. 내가 봐도 만족스러운 포트폴리오와 기획서였는데.. 너무 자만했던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맞는 자리가 있구나. 희한하게 외향적이고 톡톡 튀는 사람들을 뽑는 대외활동을 잘 붙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정적인 대외활동은 잘 떨어졌다. 모든 걸 잘 해내고 싶은 나는 속상함만 들었다. 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나는 정적인 활동이 더 맞는 것 같다. 내가 완전 외향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체력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은 전자이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안다. 그리고 내 장점을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써먹어야 하는지도 안다. 하지만 할 수 없다. 상황이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했다. 차라리 열정 없이 주어진 대로 사는 성향이면 좋았을 걸. 예전에 한 친구가 한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냥 공무원 준비 하려고. 딱히 다른 거 하면서 힘쓰고 싶지도 않아.' 그 친구는 건강했다. 삐딱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저런 건강을 가졌더라면, 하고 싶은 거 다 했을 텐데. 야속하게도 원하는 것과 상황이 우리는 바뀌었구나.' 무교이지만, 신이 미웠다.



강제로 주어진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대외활동은 취소되었고, 이번 학기도 학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에게 방학은 무엇이었을까? 준비하고 남는 건 아무것도 없는 시간일까. 아니면 준비하는 그 과정은 즐거웠으니 보람찬 시간이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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