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

여행을 가서 느낀 감정

by 김현지

어렸을 때 동생의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베푸는 습관이다. 동생은 발렌타인이나 화이트데이 같은 기념일에는 마트에 가서 큰 봉지에 든 초콜릿이나 사탕을 샀다. 그러고는 다음날 학교에 가져가서 반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주고받는 것도 아니고, 왜 자기가 손해를 보면서 저렇게 하는 거지?



동생은 엄마를 많이 닮은 것이 분명했다. 엄마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준다. 밭에서 나는 각종 채소들은 물론이고, 집에 넉넉히 있다 싶은 것들은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나눠준다. 덕분에 우리 집은 많은 이모들이 왔다 갔다 한다. 나는 그게 마음속으로 불편해서 엄마한테 몇 마디씩 했다. '왜 사람들한테 그렇게 주는 거야? 손해 아니야?', '엄마 힘들게 뭐 하러 그렇게 하는 거야. 고생하지 마.'따위의 말들을 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이렇게 나누면서 살아야 하는 거라고 했다. 엄마는 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고 생각했다.



이번 여름에 몽골 여행을 다녀왔다. 기억에 남는 것은 광활한 자연 그리고 몽골 사람들의 따뜻함이다. 몽골여행은 장거리 이동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4-5시간 드넓은 도로를 달리는 것은 기본이다. 몽골은 거의 비가 오지 않지만, 우리가 여행하는 날에는 새벽에 비가 내렸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출발하는 우리는 질퍽한 진흙길을 마주하게 되었다. 기사님이 베스트 드라이버라서 이런 진흙길은 가뿐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우리 차는 진흙에 빠지고 말았다. 모두가 당황했는데 기사님은 당황하지 않으셨다. 보통 한국 사람이라면 이 순간에 익숙한 '시 X'이라고 외치면서 욕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기사님은 허허 웃으면서 괜찮다고 우리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주변에 지나가는 차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는 이때 많이 배우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지나가는 모든 몽골 사람들이 우리의 도움요청을 흔쾌히 받아주고 성심껏 도와줬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땀을 흘리면서 맨발로 진흙에 들어가 차를 밀어줬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차는 빠지지 않았다. 그렇게 1시간 30분이 지났다. 그때까지 기사님은 온몸이 흙투성이에 땀범벅이 되었는데도 웃음을 잃지 않으셨다. 그 모습에 우리 일행은 전부 감탄했다. 그때 지나가던 차가 우리 차에 로프를 달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신기했다. 경의로울 정도였다. 어떻게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도와줄 수 있을까? 나였어도 그럴 수 있었을까? 아마 못했을 것이다. 내가 땀에 젖고 진흙에 빠지는 희생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신기한 마음에 같이 있던 가이드 언니한테 몽골 사람들은 어떻게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친절을 베풀고 도와주냐고 물었다. 그러니 가이드 언니는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원래 몽골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이 보이면 이렇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지금까지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베푼다는 것은 아름다웠다.



지금까지의 나는 뭐가 그렇게 아깝다고 아끼고 잃을까 봐 끙끙 댔나 싶었다. 그리고 느꼈다. 베풂 속에 들어있는 따뜻함은 어딜 가나 누구에게나 먹히는 감정이라는 것을. 나는 없고 동생이랑 엄마는 있는 것. 내가 따뜻함을 받고 나서야 알아버린 소중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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