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청춘은 다르다
토요일, 집 공사가 있었다. 8시부터 공사가 시작이라, 우리는 밖에 나가있어야 했다. 엄마는 토요일도 출근을 해서 나가셨고, 나랑 아빠는 미루고 미뤘던 등산로 산책을 했다.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주변에 쳐진 거미줄을 보고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아빠랑 둘이서 나왔다. 예전에는 같이 돌산에 있는 산을 등반하기도 했었는데 내가 크게 아프고 나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아빠랑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학교에서 있었던 재밌는 이야기들을 간간히 했었는데, 그 이야기들을 자세히 말해주니 아빠가 재미있어했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속에서 뿌듯함이 올라왔다. 그런 우리 부녀사이를 시기했는지 벌레들이 계속 들러붙어 나는 몇 번씩 분위기를 깨는 비명을 질렀다. 저질 체력의 나는 더 이상 못 올라가겠다고 포기선언을 했고, 우리는 내려왔다. 그리고 차에 탔다.
얼마 전에 버스킹에서 들었던 노래가 문득 떠올랐다. 해양공원에서 직장인 밴드가 버스킹을 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매력이 있는 밴드였다. 있는 그대로를 전해주는 느낌이라 듣는 사람도 부담 없이 편한 공연이었다. 그렇게 몇 곡을 듣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팁 박스에 몇만 원을 넣었다. 그러자 노래 부르시는 분 한 명이 감사하다고 하면서 우리 시절 노래 한 곡을 들려드리겠다고 했다. 나는 모르는 노래라서 그냥 집에 갈까 했는데, 노래를 듣자마자 매료됐다. 시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좋았다. 아빠도 이 노래를 알지 궁금했다.
4월과 5월의 '장미'. 아빠는 알고 있다고 했다. 같이 들으면서 드라이브를 하는데 행복했다. 그래서 '엄마도 이 순간을 같이 즐겼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사가 끝나고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을 때 말했다.
'나 내일 드라이브 가고 싶어.'
드라이브를 하면서 예전부터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짜장면도 먹기로 했다. 2배로 들떴다. 원래 드라이브할 때는 간단하게 하고 나가는데 이상하게 이날은 꾸미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엄마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둘 다 평소보다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빠는 뭘 그렇게 예쁘게 하고 나가려고 하냐고 물었다.
돌산으로 향했다. 어렸을 때는 자주 왔던 길이다. 다들 추억에 잠겼다. 특히 우리 가족이 찜해뒀던 바닷가가 있다. 사람들이 잘 오지 않아서 바닷물은 맑았고, 주변 풍경도 아름다웠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여름에는 몇 번씩 이 장소에 와서 수영을 즐기며 피서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즐길 수 없게 되었다. 인적이 드물었다는 옛말이 무서울 만큼 주변에 카페와 펜션이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보니 씁쓸해졌다.
엄마한테 '장미'라는 노래를 아냐고 물었다. 안다고 해서 바로 노래를 틀었다. 아빠와 나는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날씨는 좋고 풍경은 아름다웠다. 바닷가 2곳을 갔다. 처음에 간 곳은 갯강구가 너무 많았다. 우글우글거렸다. 하지만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싶었던 나는 참고 바닷가까지 뛰어갔다. 엄마 아빠한테 나를 에스코트해달라고 하면서 바닷물에 발을 적셨다. 따뜻했다. 어렸을 때처럼 물에 들어가서 놀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지만, 오늘은 드라이브를 즐기러 온 것이니 참았다. 엄마아빠를 붙잡고 사진을 찍었다. 너는 왜 나오기만 하면 사진을 그렇게 찍으려고 하냐고 구박을 받았지만 기분이 좋았다.
두 번째 간 곳은 예전에 와본 적이 있었다. 친구와 왔던 카페가 있었던 바다였다. 은근히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놀랐다. 7가지 무지개 색으로 바닷가 길을 꾸며놨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엄마아빠한테 여기 서보라고 하고, 포즈도 지시해 주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나서는 풍경을 즐기고 차에 탔다. 다들 오늘 나오기 잘했다고 했다. 그 말을 하면서 우리는 모두 웃고 있었다. 새로 발견한 맛집에서 밥도 맛있게 먹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와서 아까 찍은 사진을 인화했다. 엄마아빠가 예쁘게 담긴 사진이었다. 사진을 보는데 엄마아빠의 모습이 대학생 같아 보였다. 풋풋했다. 청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아빠도 사진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나는 내 사진보다 엄마아빠 사진을 계속해서 보게 됐다. '젊음'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젊지 않은 나이니까. 하지만 '청춘'이라는 단어는 너무도 잘 맞았다. 사진에 파릇파릇한 생기가 담겨있었다. 모두가 웃으며 같은 마음이 되었던 그 시간, 그 장소. 가족의 드라이브가 아니라 청춘들의 드라이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