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의 첫날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었다. 원래 옆에는 농구장이 있는, 이게 숙소인가 싶을 정도로 입구가 허름한 게스트 하우스였는데, 침구가 마르지 않아서 급하게 다른 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전 게스트 하우스가 나쁘지 않았어서 더 별로면 어떡하지라는 심정으로 짐을 옮겼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더 깔끔한 게스트 하우스였다. 첫날은 울란바토르 시내 구경을 잠깐 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우리 말고도 여기에 머문 한국인 여행객들이 있었다. 나와 또래인 친구들이었다. 이모랑 이모부는 붙임성이 좋으셔서 금방 말을 트고 이야기를 나눴다. 덕분에 옆에서 밥 먹고 있던 나도 대화에 가뭄에 콩 나듯이 꼈다. 서울에서 온 대학생들이었다. 2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한 명은 나보다 어렸고 한 명은 동갑이었다. 몽골 여행에서 겪은 좌충우돌 이야기를 우리에게 흥미롭게 들려줬다. 이야기를 들으며 환상에 젖을 무렵에 현실을 알려주며 우리의 흥분을 가라앉혀주었다. 속으로 '좀 치네.' 이 생각을 했다.
동갑인 친구가 반짝반짝 빛났다. 자신감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해야 할까. 나이 차이가 있는 어른들이랑도 이야기를 잘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몽골 음식이 입에 안 맞을 수도 있다고 본인이 가져온 음식도 나누어주었다. 충격이었다. 욕심 많은 나는 쉽사리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정을 나눠줄 수 있는 이 사람은, 주변에게는 얼마나 잘할까? 그리고 주변에서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것도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알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어깨에 예쁜 숄을 걸치고 있었다. 몽골 여행 전에 미리 여행 후기를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어느 여행 후기에 있는 숄보다 예뻤다. 알고 보니 장기자랑에서 1등을 해서 탄 상품이라고 했다.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갑한테서 이런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다. 내면이 참 멋졌다.
혼자서 여행을 온 것부터가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는 참 겁이 많다고 느꼈다. 솔직히 그 사람이 나보다 1살이라도 많았더라면, 나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 뭐야. 나보다 나이 많으니까 당연히 저렇게 할 수 있겠지.'라고 자기 위안을 했을 거다. 그러니 '동갑'이라는, 나에게 더 이상 도피처를 줄 수 없는 조건이 주어지니 더 충격이었다.
그 친구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면서 누군가가 자신과 같이 살고 싶다고 느꼈다는 것을 알까. 최근에는 느껴본 적이 없던 긍정적인 에너지가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