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이것저것 충동적인(?) 일을 좋아하는 나는 의외로 신중하다. 아니 너무 과하게 신중하다. 이 때문에 기회를 놓쳐버린 적이 많다. 그래서일까. 후회도 정말 많다.
10월에 가족치료 교수님과 상담을 했다. 상담을 하고 나서 든 생각은 '와, 나 심리학과 복수전공 왜 신청했지?'였다. 그 분야의 현실을 알고 나니 막막해졌다. 과연 내가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게 되었다. 복수전공을 어디 할지 엄청나게 신중하고, 고민의 고민을 거듭해서 내린 결정이었는데 이럴 수가. 그렇게 들인 시간들이 공중분해 되는 듯했다.
시험기간에 친구와 간단히 술을 마시면서 상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또 후회한다는 말을 했다.
'내가 왜 심리학과 복수전공을 했을까? 좀 더 알아보고 했어야 하는 건데..'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너 충분히 신중하게 선택했잖아. 그런 걸 어떻게 미리 알고 결정하겠어.'
팔랑귀인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정말 신중하게 선택했었던 것 같아.'
최근에도 고민이 이것저것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그럴 때 주변에서 나에게 이런 말을 많이 한다. '현지는 정말 신중한 것 같아.' 그런가 보다. 나 정말 신중하구나..! 그게 과해서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가끔은 그냥 느낌 가는 대로 밀고 가는 게 중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눈치가 없어서 언제 삘 가는 대로 행동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을 잘 알기에 선택에 있어서 더 신중해지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이 커진다는 걸 스스로 체감해서 더 그런 것 같다.
가끔은 고등학교 때가 너무 그립다. 내가 한 선택에 대한 후회가 없었고, 이게 맞다 싶으면 강하게 나갔던 그 시절이 그립다. 슬프기도 하다. 이제는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서 그때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과하게 신중한 지금의 모습은 점점 선명해진다.
'과하게 신중한 나, 정상일까?'
'신중한 게 뭐가 문제가 돼?'
'됐다. 아니다. 다른 이야기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