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의 내 꿈은 만화가였다. 이유는 단순히 그림 그리는 것이 너무 좋아서였다.
캐릭터를 집중해서 그리고 있다 보면 나중에서야 내가 그 캐릭터의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좋았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펜과 종이를 찾아 그려나갔다.
중학교 3학년 초까지 만화가를 꿈꿨다.
3학년 중순. ‘진로’ 시간 때였다. 선생님이 나눠준 큰 종이에 자신의 꿈을 적고, 자료를 찾아서 정리해서
반 친구들 앞에서 순서대로 발표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그 큰 종이에 어떻게 꿈과 관련해서 다 채우냐고 툴툴댔다.
하지만 나는 큰 종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수많은 종이들을 채워왔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다 완성을 하고 발표를 했는데 선생님이 말하셨다.
‘너 만화가가 하고 싶다고? 지금 입시 미술 하고 있니?’
이 말에 입을 꾹 닫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미술 학원을 다니고 있지 않았다.
‘아니요.’라는 나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하셨다.
‘너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가르치는 미술 선생님 옆에서 그림을 배워도 모자랄 판에
학원을 안 다닌다고?’
그렇게 오랫동안 꿈꿨던 만화가의 꿈은 접었다.
그래서 좋은 직업, 꿈은 무엇일까?
주변 어른들한테 물어보니 다들 ‘초등학교 교사’라고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초등학교 교사를 꿈꿨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사회과목을 배우면서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내가 그나마 흥미를 느끼는 과목을 가르치자 하는 마음에 사회교사로 꿈을 바꿨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맞는지 의문이 생겼다.
중간에 꿈이 자주 바뀌었다. 방향성을 못 찾았다.
삼수를 했는데, 삼수를 하던 와중에 방향을 찾았다.
책 읽고 글을 쓰며 의견을 공유하는 논술 수업을 잠깐 했었다.
그때 읽은 한 책이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한테 크게 데인 이후로,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무섭고 치가 떨렸다.
가까이도 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다.
‘아, 나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 나처럼 방황하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내가 아는 것들을 재미있게 알려주고 싶다!’
고등학교 때 나와 같은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내가 되어야겠구나. 더 이상 무서워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서를 쓸 때 사범대와 일반 학과를 적었는데, 가고 싶던 사범대에 예비 1번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일반 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는데, 삼수가 끝나고 나서부터 일학년 일 학기까지 매일 울었던 것 같다.
하지만, 길은 있었다. 지금의 학과에서 교직 이수자를 뽑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학과는 교직 이수를 마치면
‘일반사회’ 과목으로 임용을 보고 선생님이 될 수 있었다.
마음의 부담이 컸다. 왜냐하면 몸이 좋지 않아서 대학병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조금씩은 해보자는 마음에 공부를 했다.
운이 좋게도 좋은 성적을 받아서 교직 이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예전의 만화가의 꿈도 져버리지 않았다.
만화가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곧 만화가고 화가가 아닌가?
내 일상을 담은 만화를 소소하게 그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