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에 꼭 맞을 것 같은 직업 3가지
#16
1. 건축가
내가 강하게 흥미를 느끼는 것은 어떤 틀이 사람의 감정과 삶의 양식에 무의식적으로 아주 강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농심 새우깡 광고를 매일 한 번씩 보다 보면 과자를 골라야 할 때 새우깡을 최소 한 번 이상은 보게 될 것이다. 당연히 구매할 가능성도 다른 과자에 비해서 높다. 사람은 자주 보는 것에 자연스럽게 친밀감, 호감을 느끼게 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공간구조와 동선을 설계하면서 남의 삶의 양식을 자기 멋대로 구성한다. 유튜브에서 협소주택을 소개하는 영상을 많이 본다. 협소주택은 건축가가 구성하기 나름이다. 예를 들면 계단을 강화유리로 만들어 천장에서 빛이 내리쬐고, 수직적인 시선의 흐름을 이끌어 낸다. 좁은 협소주택에서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의식적인 사고 없이 마치 복도를 걷듯이 계단을 오르게 된다. 오후 3시에 빛이 들어오는 창문을 내어 거실을 비추게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주말 오후 3시에 사람들은 빛에 이끌려 거실로 모인다.
건축가로서 나는 나를 꾸준히 관찰해서 나의 무의식의 논리에 기반해서 공간을 구성하고, 나를 조종한다(통제한다). 나아가서 남을 정교하게 관찰해서 그들이 스스로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지도 못하는 호불호를 파악하고, 그들이 영문도 모르게 만족감을 느끼는 공간을 구성한다. 재미있을 것 같다.
2. 가구목수
내가 흥미를 느끼는 또 다른 것은 본질을 현실의 형태로 풀어내는 다양한 방식이다. 예를 들면 의자를 정의하는 본질은 “앉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잔디밭에 나무 밑동이 있다면 그것도 의자가 될 수 있다. 그곳에서는 나무 밑동이 의자로써 그 공간과 아름답게 어우러진다고 확신한다. 나무 밑동이라는 의자는 야외 공터라는 장소에 어울리는 가구이다. 하지만 집 안에서는 뿌리가 박혀있는 나무 밑동을 의자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멀쩡한 다른 의자 놔두고, 굳이 나무 밑동을 썰어서 집으로 들일 필요는 없다. 즉, "훌륭한 가구는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간에 최고로 어울리는 가구"라는 결론을 내본다.
이제 집에서 사용하는 의자를 생각해 보자. 적절한 쿠션과, 팔걸이와 다리를 겸한다. 목수는 의자의 본질을 만족하면서도 그 가구가 들어갈 공간을 상정해서, 현실적인 조건이 허락하는 내에서 그의 미감을 충분히 반영한, 그 시점의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조화를 가진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 형태에는 그 목수의 모든 생각과 노하우, 제약들이 그대로 녹아있을 것이다. 그러면 내게 가구를 만드는 것은 마치 예술 작업을 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나의 형편, 생각, 방식, 내 시대의 감각이 어우러져 가구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가구를 만드는 것은 매력적인 일일 것 같다.
3. 아이스크림가게 사장
마포구에 [녹기 전에]라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 이 가게는 아이스크림만 팔지 않는다. 매달 초마다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악필대회도 진행한다. 뜬금없이 동네에서 보물 찾기를 한다. 보물은 ‘녹기 전에 일일알바권’ 같은 것들이다. [녹기 전에]는 단순히 돈 내고 아이스크림 퍼주는 [배스킨라빈스 31]가 아니다. 동네 사람들을 집 밖으로 끌어내는,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하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금전적인 보상, 일적인 재미 그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은 이상적인 형태의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장님이 어떤 인터뷰에 나와서 본인이 어떻게 가게오픈을 준비했는지 알려주었다. H. 더글라스 고프가 저술한 Ice Cream 7th edition을 공부하고, 아이스크림 메이커를 구매해 레시피를 실험했다고 한다. 나도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님의 경로를 따라가면서 공동체, 수익, 재미 3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