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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현 Jul 17. 2024

3화.좋은 사람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

내가 좋은 사람인지 모르겠다면 좋은 사람에게 배우자.

나는 좋은 사람일까?

좋았던 사람일까?

아니, 좋은 사람이 맞을까?



수없이 고민하고 고민했지만 끝내 답을 찾지 못하였다.




               



과거를 지나 현재를 돌이켜 봤을 때 나는 좋은 사람이었고 좋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이게 맞다. 무슨 말인가 싶지만 정확한 표현이다.     

내 인생은 현재도 끊임없는 굴곡이 펼쳐지고 있다.

엊그제까지 내 인생의 그래프는 수직하강으로 지하실을 뚫은 저세상 롤러코스터를 탔더랬다.

(현재는 아주 천천히 상승장치에 몸을 맡겨 올라가고 있긴 하다.)

이런 인생의 굴곡처럼 내가 좋지 못했던 시기에는 주변과의 접촉을 많이 차단했다.

오히려 다가오는 사람에겐 벽을 칠 정도였다.

반대로 좋은 시기에는 언제 벽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만큼 모두에게 활짝 열려 있었다.

이런 좋은 타이밍에 만난 소중한 지인들이 바로 ‘대학교 동기들’이다.


대학교 동기들은 총 10명이다. 각자를 소개하기엔 다들 자기소개서가 길다. [생략]

대학교 과동아리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은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다.

남자 9명에 여자 1명(누나). 학과 특성상 언밸런스한 성비.

성격부터 개성까지 모두 다르고 좋고 싫고 어찌 그렇게 뚜렷한지..

선배들은 우리들을 내심 걱정했더랬다. 각자가 너무 달라서 그래서였을까?

아마 서로 절대 싸우지 말라고 장난스레 꾸준히(1년 내내) 얘기해 주셨던 기억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잘 맞았다.

홍일점인 시원한 성격의 누나를 기준으로(?) 잘 뭉쳐 다녔다.

각자가 달랐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성격 하나는 모두 같았다.

정말 신기한 건 모두가 어디 하나 모난 곳 없이 동글동글 했다.

이런 동글한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난 사건이 하나 있었다.


대학교 1학년 신입생 때.

동기들 모두가 어색하고 시간표도 각자 달랐을 때였다.

4교시 점심시간 전 홍일점인 누나 빼고 나머지 동기들 모두 우연히 같은 수업을 듣고 있었다.

우리는 점심식사로 학식을 먹을지 밖에서 먹을지 고민하다가 학식을 먹으러 갔다.

그렇게 사건이 터져버렸다.

아무도 누나를 챙기지 않고 점심을 먹으러 간 것이다.

우리들끼리 수업이 끝나자 식당으로 향했던 게 원인이었다.

밥을 먹는 중에 한 선배의 연락을 받은 동기의 얼굴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절대 아니라고.. 죄송하다고 연신 말하는 동기.

전화를 끊자 그 동기는 우리에게 말했다.

“야! 멈춰봐! 우리 동기누나 안 챙겼어!!”

이 말을 듣자마자 동기들 모두 먹고 있던 자세 그대로 멈춰 서로를 쳐다봤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을 테다. ‘네가 연락하지 않았어?’라는 표정.

그때 당시에 수업이 먼저 끝났던 누나는 동아리방에서 우리들의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9명이나 되는 남정네들이 수업이 끝나고 아무 말도 없었으니...

그때 동기의 연락으로 식당으로 와준 누나의 슬픈 표정을 봤었다.

다행히 이 사건 이후로 우리들은 동기 중에 누군가 옆에 없으면 연락부터 하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개성조차 어우러져 선후배들이 부러워하는 학번이 되었다.

남자 동기들 모두 군대를 다녀온 이후에도 누나는 대학원에 진학해 마침내 우리와 같이 졸업도 했다. (역대급 어벤저스라 자부할만하다.)

우리는 4년간의 대학생활동안 서로를 당연히 좋은 사람이라고 여겼다.

수많은 대화와 태도 그리고 행동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이 천천히 알려주었기 때문일까.

또 개개인이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와 동기들의 대학생활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다시 현재]

연재하는 글들에 언젠가 '이 사건'에 대한 얘기가 사라지겠지만.. (그때가 얼른 왔으면..)

그와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 다음으로 한 건 대학교 동기들이다.

최근에 만난 동기부터 한 명씩 직접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할 때마다 동기들의 표현은 모두 달랐지만 반응은 모두 같았다.

모두 나를 위로했고 여기서 멈출 거 아니지 않냐며 오히려 등을 밀어주었다.

이 글을 빌어 사실을 고하지만 누나에겐 통화를 하지 못했다.

가정이 있는 누나에게 저녁에 전화를 하는 게 오해를 살까 봐(?) 못했던 것 같다.

(아마 이러한 이유로 몇몇 친한 여자후배들에게도 얘기를 못하고 있다.)     

그렇게 6월 중순이 되었고 대학 동기의 결혼식 날이 찾아왔다.

아마 동기의 결혼식 내내 과거의 내 결혼식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계속 머릿속을 파고들었던 것 같다.

동기의 결혼식이 끝난 후. 뒤풀이 자리에서 이참에 모든 동기들에게 말하자 다짐했다.

내가 모든 사실을 말하자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몇몇의 동기들과 누나 모두 같은 반응을 보였다.

‘어이없고 화가 난다.’

아마 내가 그 사건을 알고 제일 먼저 느꼈던 감정이 이 두 가지였다.

처음에는 어이없었고 두 번째로 오는 감정은 끊임없는 화가 몇 날 며칠을 갔다.

뒤풀이 때의 나는 아직 온전치 못한 상태여서 감정이 둘쑥날쑥 했던 것 같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울컥하면 다시 숨을 들이쉬었고 못 넘기게 되면 참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말문이 막혀 잠시 물을 입에 머금었을 거다. 그런 조심스러운 행동조차 동기들은 모두 알았을 테다.

배려 많은 친구들...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고 집에 가는 길.

뒤풀이가 파하고 동기들 모두 각자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는 시간.


예상치 못한 동기들의 메시지들이 날아왔다.

포기하지 말라는 동기의 응원부터 시작해

‘너처럼 좋은 사람을 어디서 다시 만난다고 그러냐.’

‘굴러들어 온 복을 발로 차네.. 넌 다시 좋은 사람 만날 거야 걱정 마.’라는 동기까지.

그 와중에 가장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 준 누나의 대화를 적어본다.


나 홀로 지하철을 기다리느라 탑승구 앞에 서 있을 때 누나에게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 대화를 보자마자 참아왔던 무언가가 으스러지며 다 씻겨져 내려갔다.

다른 동기들도 분에 넘치는 따듯한 말들을 해줘서 고맙지만

이번에는 동기 누나에게 정말로 고마운 경험을 받은 것 같다.

아니 고맙다.. 이렇게 따듯한 말을 해줬다는 것에 감사하다.

나중에 내가 모든 역경을 이기고 나면 정말로 그때 고마웠다고 다시 말을 전해주고 싶다.     



-누나가 보낸 글-

안 좋은 일이지만 네가 잘못한 거 없고

그냥 네가 덜 속상했으면 좋겠어.


네가 상처받은 게 사라질 순 없지만 그래도 아프지 않게 잘 아물었으면 좋겠어.

네가 지금 힘든 거에 누가 어떻게 너랑 똑같이 생각하고 공감해 주고 얘기해 주겠어.

어떤 얘기를 해도 가벼울 거 같아 쉽게 말할 순 없지만

살다 보면... 우리 인생이 길다 보니까 이런 일 저런 일 있는 거자나.

나나 우리 동기들도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투박한 말밖에 못 하겠다.

가만히 있다 욱할 때 참기 힘들 때 얼마든지 연락해.


그리고 지인들한테 소식을 전하는 것에 대해 부담 가질 필요 없다고 생각해.

네가 전하고 싶을 때 전하고 네가 전하고 싶지 않을 때는 전하지 않으면 돼.


마지막으로 멀리서 바라보는 내가 볼 땐 너의 가족은 화목하고 서로를 위해주고 바른 가족이었기 때문에 잠시 너한테 스쳐갔던 그 인연은 너의 가족이 될 자격이 없었던 것 같다.






이 글을 현재까지도 매일 곱씹고 보는 중이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좋지 않았던 내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모든 것에 숨지 않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한 번 숨게 되면 어디까지 꽁꽁 숨을지 모르기 때문에.

아마 그러면 모두가 힘들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렇기에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아니! 좋은 사람이었던 내가 다시 피어나기 위해 배우는 중이다.

좋은 사람들이 옆에 있으니 그들을 보고 다시 배우면 언제가 나 또한 좋은 사람으로 되어 있을 거다.     

이 글을 처음 쓰던 그 날 찾지 못했던 답에 대한 대답을 나 스스로 내본다.

좋은 사람이 되려면 좋은 사람에게 배우면 된다.


그러다 보면 또 좋은 사람들이 옆에 몰려들 것이다.

서로 배우는 삶. 그거야 말로 좋은 사람이 되는 가장 빠른 지름길 아닐까.


jtbc - '효리네 민박' 중. 이효리가 아이유에게 인생수업 해주는 모습. 영화에만 명대사가 나오는 줄 알았지만 이런 힐링 프로그램에서 좋은 말을 들어 더더욱 열심히 챙겨봤다.


좋은 사람 만나려고 막 눈 돌리면 없고
나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니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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