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여행기#3. 걱정 내려놓기
“오늘은 어디를 둘러보나요?”
어디를 둘러보냐는 C의 물음에 나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가 금방 다시 내려놓았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화면에는 애석하게도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페이지를 열 수 없다’는 메시지만 반복해서 나타났다.
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글쎄요 어디를 볼 수 있을까요..”
숙박시설을 포함한 쿠바의 레스토랑과 카페는 대부분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숙소도 예외가 아니었다. 로밍을 신청하지 않은 우리는 네트워크 세상에 연결할 방법이 없었다. 시내에 있는 호텔 로비에서 인터넷 카드를 구매하면 1시간 단위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로비를 떠나면 또다시 오프라인 상태가 되어야 했기에 뚜벅이 여행자인 우리들에게는 유용한 선택지가 아니었다. 결국, 우리는 아바나에서의 모든 일정을 철저한 오프라인 상태로 소화하기로 했다.
항상 초고속 인터넷과 함께했던 터라 네트워크가 차단된 상태가 지속되는 게 매우 어색하고 답답했다. 일기예보를 확인할 수도 없었고 이미 다녀간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고 참고할 수도 없었다. 유명한 건축물이 무엇인지, 인기 있는 레스토랑과 그곳의 추천 메뉴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여행정보를 검색하고 싶은 충동이 생겨도 꾹꾹 눌러 담으며 참아야 했다. 불안하고 불편했다. 하지만 오프라인으로 살아보겠다는 우리의 선택은 결론적으로 탁월했다.
오프라인 상태는 우리가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아바나의 시공간에 쏟을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우리는 시시때때로 울려대는 메신저의 알림 메시지에 주의를 빼앗길 필요가 없었다. 쏟아지는 여행 정보 속에서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고, 이미 다녀간 사람들의 후기 때문에 우유부단해질 필요도 없었다. 덕분에 그저 발이 닿는 대로 돌아다녔다. 길을 잃었을 때에는 오프라인 지도에 의지하거나 지나가는 쿠바 사람에게 물어봤다. 갑자기 비가 오면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계획에 없던 티타임을 가졌다. 예쁜 건물을 만나면 잠시 멈춰서 사진을 찍고 배가 고프면 마음에 드는 식당에 들어갔다. 블로그 후기나 인스타그램 사진을 찾아보지 않고 메뉴판에 적힌 음식을 상상해서 주문했다. 한 번은, ‘노인과 바다’라는 재미난 이름의 메뉴를 보고 무엇이 나올지도 모른 채로 주문했다. 매 순간이 모험이었다. 미련하게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여행 중이라 그런지 그 방황조차도 즐거웠다.
‘더듬거리며 다니는 기분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
가끔은 오프라인으로 여행했던 그때의 홀가분함이 그립다. 그럴 때면 나는 이 노래를 듣는다.
돈 워리 비 해피
우리가 너무 많은 걱정 가운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하지 않으면 문제가 커지지 않는데 괜히 걱정해서 문제를 크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길을 잃고 조금 돌아가게 되더라도, 일기예보를 몰라서 비를 맞게 되더라도, 음식 이름을 알지 못해서 모험을 하게 되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기뻐하자. 노래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