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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Sep 13. 2022

남편 밥은 회사가 챙겨 줄 거예요

밥 타령 지겨워요

남편은 그럼 혼자 밥 먹겠네? 너희는 어쩐지 남녀가 바뀌었다. 처음 결혼을 하고 주말부부임을 밝혔을 때 많은 '남자'부장님들이 나에게 했던 걱정이다. 우리 회사는 앞서 여러 번 말했듯 건설회사다. 그렇다 보니 주말부부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와이프가 차려주는 아침식사에 대한 집착이 남다르다. 


내가 아는 직책자 분은 아침에 와이프가 아침식사를 차려준다는 것을 매우 세련되게 자랑하곤 하시는데 이를 테면 "아 우리 와이프가 예전에는 아침에도 고기반찬을 줬었는데, 요새 내가 고혈압끼가 있다 하니까 아침이 다 풀로 바뀌었어. 어휴 아침부터 기운이 없다."는 식이다. 본인이 꾸준히 집안에서 아침식사를 대접받는 가장이고 게다가 사모님의 건강관리까지 받는 사랑받는 남편이라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침식사는 내 생각보다 더 중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만 우리 세대는 더 이상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나도 남편도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거부하고 아침잠을 더 자던 철없는 청소년기를 지나 각자도생의 대학생활을 통해 혼자 먹는 밥, 알아서 챙겨 먹는 밥에 대해 전혀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남편 밥의 안위를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조금 지쳐버렸다.



남편 밥은 회사가 챙겨 줄 거예요!


남편의 회사는 복지가 좋은 제조업이고 남편은 연구개발직에 종사하다 보니 단체 생활보다는 개개인의 삶에 더욱 집중하는 사문화에 익숙하다. 내가 신입으로 입사하고 남편이 대학교 4학년이던 시기, 보통이라면 당시 남자 친구였던 남편도 취업준비에 정신이 없었겠지만 재수가 좋아 3학년 때 이미 회사 장학생으로 입사가 결정되었다. 비교적 여유가 있던 남자 친구와 나는 대학생-직작인 커플 데이트를 만끽했는데 주로 회식자리에서 술 취한 나를 남자 친구가 데리러 오는 식이었다. 그때부터일까? 남편이 우리 회사를 이해하지 못한 건?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잦은 회식과 술자리를 통해 친목을 다지고 인맥을 쌓는 분위기가 여전했던 우리 회사와 그런 구시대적인 문화가 여전함에 충격을 받은 남자 친구. 이 구도는 지금까지 이어지는데 '남편 밥' 문제에서도 그렇다. 내가 쏟아지는 남편 밥 참견에 스트레스를 받아하니 남편은 도대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은 와이프가 밥 차려주냐는 질문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개인적인 질문은 무례한 것 아니냐고... 물론 남편의 말도 맞지만 세상이 똑같은 수준으로 바뀌지 않기 때문에 그 조직의 분위기에 내가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고 바로 이런 때이다.(가끔은 맞는 말 하는 남편이 오히려 얄미울 때도 있었다.)


여하 간에 남편회사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삼시 세 끼를 모두 제공한다. 상주인구가 많고 생산라인과 함께 있어 교대근무자가 있기 때문에 식사, 셔틀버스는 하루 종일 돌아가는 듯하다. 삼시 세 끼를 회사에서 먹고 집에 가서 게임을 즐기고 가끔은 치맥과 축구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삶. 남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와이프가 아침 차려주지 않는다고 이런 삶이 안쓰럽나요? 저는 부러운데요. 많은 부장님들께 말하고 싶다. 우리 남편은 혼자 너~~~무 잘살고 있다고!(어쩌면 나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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