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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Oct 13. 2022

여행은 꼭 남편과 가야 하나요?

결혼 전 처럼 살고 있어요

여행은 꼭 남편과 가야 하나요?


신기했다. 남자 친구와의 약속이면 당연히 양보해 주어야 하고, 여름휴가는 당연히 남자 친구와 가는 것이 암묵적 룰인 세상. 나는 모든 종류의 사랑(아가페, 에로스, 스토르게, 필리아)이 평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에로스적 사랑인 연인 간의 사랑을 모든 가치보다 우선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영 불편했다. 니와의 약속을 쉽게 취소하고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친구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나는 연애를 해도 결혼을 해도 절대로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강력한 다짐을 했다.  

너무 단단히 다짐해서일까? 결혼 7년차가  지금, 남편과  휴가보다 친구들이랑  여행이  많다. 가끔은 친구들이 내가 유부녀였다는 것을 까먹는  같기도. 남편도 처음엔  섭섭해하는  같더니 요새는 별로 신경도  쓴다. 다만 이삼주 연속으로 계속 여행을 가버려서 오랜 기간 얼굴을   때는 약간의 불만을 터뜨리긴 한다. 얼굴 까먹겠다며.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절대 남편이 채워줄  없는 재미가 있다. ! 하면 ! 하고 쿵작이 맞는 수다는 시간 가는  모른다. 아무래도 같은 관심사가 있어서 더욱 재미있는  같기도. 같은 호캉스를 해도 분위기가  다르다. 남편과  때는 먹고 쉬는데 집중한다면 친구들과는 인증샷도 찍고 즐기는데 집중하게 된다. 지난 연휴에는 동생과 해외 휴양지로 짧은 휴가를 다녀왔다. 자매끼리 가는 여행이다 보니 옷도 훌러덩훌러덩 벗고 지내고 취향도  맞아서 아주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에는 취미 모임에서 호캉스를 했다. 떠드느라 잠을  잤을 정도.


문제는 주변의 어른들이다. 남편을 혼자 두면 어떡하냐며 내 남편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나는 다 큰 성인이 알아서 잘 지낼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른들은 내 여행을 '허락'해주는 남편이 대인배라며 남편을 칭찬할 뿐이다. 도대체 왜 내 시간을 남편에게 '허락'받아야 하는지 답답하다. 나는 남편에게 종속된 사람이 아닌데 내가 보내는 여가 시간들을 남편이 왈가왈부를 한다는 것이 납득이 안된다. 남편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남편도 회사의 해피프라이데이를 이용해서 회사 동료들과 소소하게 캠핑을 하는 등 종종 시간을 보낸다. 나는 그런 남편의 시간들을 존중한다.


각자 행복하게 지내면 되는 것 아닐까? 물론 우리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다만 서로에게 서로밖에 없는 것처럼 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살을 맞대고 호흡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결혼했다고 삶을 통째로 변화시킬 필요는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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