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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Oct 27. 2022

딩크지만 아이는 좋아해요!

좋아한다고 다 할 수는 없죠

딩크지만 아이는 좋아해요!

어떤 분들은 딩크라는 나의 말에 덮어놓고 내가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넘겨짚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나는 아이를 정말 정말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육아에 대한 지식도 꽤 있는 편이다. 물론 몸으로 부딪혀가며 체득한 정보에는 발끝도 못 미치겠지만 비교적 기혼 육아맘들과 이야기가 통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는 인정받았달까? 특히 내가 자신 있는 부분은 '아이와 놀아주기'이다. 아이들은 나와 노는 시간을 매우 매우 좋아한다. 진짜다.


최근의 일이다. 시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향년 95세. 호상이란 말은 없다지만 그래도 천수를 누리시고 오랜 고통 없이 하늘나라로 가셨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아버님께서는 장손이셔서 자식들인 우리는 삼일장을 다 지키게 되었는데(남편과 남편의 형을 할머님께서 키워주신 이유도 있다) 문제는 8살 조카. 왕 할머니(증조할머니)의 죽음을 아직 제대로 이해할 나이가 아닌지라 심심함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 치대기 시작했다. 나는 애칭인 짜짜로 불리는데 아침에 눈뜨자마자부터 나에게 와서 안겨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시작하고 태권도를 시연하고 온갖 놀이를 하자고 했다. 나는 아이와 신나게 놀아주었는데 아이가 얼마나 재밌었는지 집에 가지 않고 나와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형님과 아주버님은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셨지만 나도 내심 꽤 즐거웠으므로 웃으며 괜찮다 하였다.




아이들은 참 순수해서 조금만 잘해줘도 큰 사랑을 준다. 우리 조카만 해도 내가 조금 놀아주자 나에게 폭빠져 "짜짜 사랑해요"를 외쳤다. 자신의 소중한 비타민 젤리를 나눠주고 블록으로 하트를 만들어 준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모습인가? 이렇게 작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나는 참 좋아한다. 학교 다닐 때에도 관련한 다큐멘터리나 책을 찾아보고 일부러 계절학기까지 신청하여 아동 관련 과목을 수강하곤 했다.(나는 공대생이다.) 게다가 아이가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가면 내가 아이를 전담 마크하며 신나게 놀아줘서 양육자를 쉬게 해 준다.

아이를 사랑하는 내가 못마땅해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NO KIDS ZONE'이다. 요즘 사회는 너무도 아이에게 불친절하다. 아이가 미래라고 말해놓고는 아이들의 어쩔 수 없는 특성(어른보다 인내심이 조금 적고, 목소리가 하이톤이며 에너지가 많은 것 등)을 '민폐'로 낙인찍어 버리는 것을 보면 너무너무너무 화가 난다. 물론 안전문제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사회가 너무나 아이들에게 각박해진 것은 사실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동네가 다 달려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요즈음은 양육자가 모든 것을 대신하니 쉬울 리 없다. 앞으로 점점 더 어린이 친화적인 공간들이 늘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써 본다.



이렇듯 아이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내가 딩크를 선택한 이유는 3가지가 있다.

첫 번째, 아이를 낳고 기를 여건이 되지 않는다.

부모님의 손을 빌리지 않고 나의 커리어를 중단하지 않으며 취미생활을 유지한 상태로 출산과 육아를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나는 지금 내 삶에 굉장히 만족하기 때문에 무엇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데 출산과 육아는 너무나 희생해야 할 것이 많으니... 게다가 최근에는 부모님께서 육아를 도와주시는 게 너무나 당연시될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이다 보니 황혼 육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나는 우리 두 자매를 낳고 기르느라 고생하신 부모님께서 노후는 그저 본인들을 위해서 사셨으면 좋겠다. (아픈 조부모님을 챙기느라 이미 바쁘시지만)


두 번째, 아이를 잘 기를 자신이 없다.

나는 매우 불안정한 정신 건강 상태를 가졌다. 이것은 타고난 기질이 이유인데 나는 이 기질 때문에 청소년기에 너무나 고통스러웠다.(이 이야기는 곧 새로운 시리즈로 풀어 보려 한다.) 나의 아이가 이런 기질을 물려받는다면 나는 우리 엄마처럼 현명하게 대처하고 사랑으로 품어 줄 자신이 없다. 게다가 혹시 나와 아이가 가치관이 다르다면? 다른 정당을 지지한다면? 나의 아이가 편견을 가지게 된다면? 나는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 같다.


세 번째, 환경 문제다.

요즘 환경이 큰 화두다. '지구가 아파요'라는 슬로건을 진짜 몸으로 느끼게 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나의 다음 세대에게 이런 아픈 지구에서 이겨내라는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그리고 지구에는 인간이 너무 많이 산다는 것이 어린 시절부터 내 생각이다. 실제로 사람 한 명을 낳고 기르는데 소비되는 탄소량이 엄청나다는 기사를 보았다. 고령화 사회는 이미 걷잡을 수 없고 저출생을 개선하는 것 말고도 다른 대책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고령화에 맞추어 살아가면 되겠지.


이런 생각으로 나는 아쉽게도 나의 아이를 갖지 않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했다. 물론 나의 생각이 정답도 아니고 나 또한 결심이 바뀔 수도 있으므로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생각은 1도 없다. 다만 누군가가 왜 딩크냐고 묻는 다면 답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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