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환자의 자연스러운 혈압상승
"혈압약 가져간거 빨리 돌려줘요! 아침에 먹어야 되는데 안먹어서 지금 혈압 높잖아요!"
병원에 입원하면 간호사들이 복용중인 약이 있는지 물어보고는 수거해간다. 기존에 복용중인 약을 확인하고 현재 질환에 복용하면 안되는 약이 있는지 의사에게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복용하던 약을 계속 복용해도 좋다는 의사의 처방이 내리기 전까지 혹시라도 환자들이 무심코 복용하면 안되기 때문에 약을 송두리째 빼앗아간다. '확인하고 드릴께요'하고 가져가서는 다음날 약 먹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약은 안주고 혈압은 치솟아 있으면 환자들이 불안해 어쩔 줄 모르신다. 왜 미리미리 설명이 안 되는걸까?
혈압이 중요한 뇌경색환자에게 복용중인 혈압약을 주지 않아 혈압을 치솟아 버리게 만든건 병원의 의료실수일까?
뇌경색이 발생하면 우리몸은 비상상황이다. 우리몸 세포 하나하나는 혈액이 공급해주는 산소와 영양분을 받아 먹으며 살고 있다. 그런데 그 영양공급이 안 되버렸을 때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죽을 수 있는 장기가 있다. 바로 뇌! 그리고 심장이다. 그렇게 중요한 뇌인데 혈관이 막혀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가 발생하면 몸에서는 비상중에 초초 비상인거다. 그러니 어떻게 하겠나? 혈액이 뇌로 팡팡 갈 수 있도록 심장을 쥐어짜 혈액을 공급시킬 수 밖에!! 뇌경색이 발생하고 일주일간은 자연스럽게 혈압이 높아진다. 자연의 섭리이기에 병원에서도 일부러 혈압을 떨어뜨리려 노력하지 않는다. 조금 높은 혈압수치는 오히려 뇌경색 초기치료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높아진 혈압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뇌경색 환자에겐 어느정도 높은 혈압이 초기치료에 도움이 된다. 수도관을 한번 생각해보자. 쓰레기 더미가 쌓이고 쌓이더니 수도관을 꽉 막았다. 막힌 수도관을 뚫기 위해 엄청난 힘을 억지로 가하면 수도관이 터져버릴 수도 있어 적절한 압력으로 힘을 주었더니 운 좋게 조금 뚫어졌다. 조금 뚫린 통로로 물줄기가 통과하면서 조금 더 뚫리고 더 뚫리게 되니 이때 필요한 건 적절히 높은 수압과 지속적으로 흐르는 물 양일것이다. 이런 이유로 뇌경색 환자에게는 생리식염수를 지속적으로 주입한다. 뇌혈관이 빵빵해지게 하는 건 이차적으로 뇌경색을 다시 오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치료방법이다.
"난 고혈압이 없는데, 혈압이 왜 이렇게 높죠?"
고혈압의 기왕력이 없는 환자들의 경우에도 자연스러운 자가치료현상으로 혈압이 상승한다. 환자들은 생전 보지 못한 혈압을 경험하니 엎친데 덮친격으로 놀라하지만 사실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뇌경색 발병 후 일주5~7일 정도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예전의 혈압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고혈압이 있는줄 몰랐다가 이번 기회에 알게 된 경우도 분명 있다. 뇌경색이라는 질환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이 1차 질환들의 문제가 쌓이고 쌓이다 한번에 빵하고 터뜨려진 문제다 보니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질환을 알게 된 경우도 많다. 정상으로 혈압이 돌아올 시기임에도 계속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 그때는 고혈압의 꼬리표를 달고 혈압약까지 복용하는 일이 생긴다.
"혈압이 너무 높아요! 160까지 올랐는데 이러다 큰일나면 어떡해요"
하루만 혈압약을 먹지 않는다고 혈압이 바로 160mmHg까지 치솟지는 않는다. 뇌경색이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혈압이 오른건데 기존에 혈압관리가 잘 안되셨던 분들 경우에는 160이 아니라 200까지도 넘는 상황이 많다. 혈압이 높은게 좋다고 200이든 220이든 관심없이 방치만 하는 건 아니다. 환자의 상황에 맞게 필요하면 그때그때 마다 혈압약을 투여한다.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혈압측정을 하고 필요시 주사제로 조절하고 있으니 혈압이 너무 높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 퇴원할 즈음에는 가지고 온 혈압약을 다시 복용하라고 돌려드리기도 하고 그동안의 혈압수치를 보면서 새로 처방하기도 한다.
이렇게 설명을 드려도 막상 혈압이 계속 높으면 걱정되기 마련이다. 나 같아도 그럴것 같다. 머리 혈관에 문제가 생긴 질환이다보니 혹여라도 높은 혈압에 터져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얼마나 많겠는가...
수축기혈압이 160mmHg이상으로 높을 경우에는 의료진의 대처가 필요하겠지만 높아진 혈압은 내 몸이 나를 지키기 위해 방어태세를 갖춰 일어난 일이니 마음을 느긋히 가지고 내 몸을 믿고 몇 일 기다려 주면 좋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