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골든타임: 4.5시간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
너무 무섭다.
말로만 듣던 뇌졸중이 생긴건가?
뇌졸중을 골든타임 안에 가야 한다고 하던데....
빨리 큰병원을 가야겠다.

굿!!! 아주 훌륭한 대처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생긴다.
일찍 병원에 오면 된다 그래서 일찍 간건데....
막상 병원에 일찍 와도 특별히 해주는 게 없는 경우다.
영상 검사만 잔뜩 하고는 아스피린 3알 준게 전부라 '빨리갈 필요도 없는거네'하고 잘못된 위용담을 퍼트리면 정말 곤란하다.
흠.... 그렇담 골든타임 안에 병원을 도착했는데 왜 치료를 안 해주는 걸까?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하면 막힌 혈관을 뻥 뚫어주는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치료는 효과가 대단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이 있는 치료다. 그렇기 때문에 기준을 확인하고 모든 부분이 통과되어야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작은 뇌경색의 경우는 병원에 오는 도중에 증상이 좋아지기도 하고 병원에서 약을 준비하는 동안에 좋아지기도 한다. 이렇게 스스로 좋아진 상황일때는 굳이 위험성이 높은 치료를 감행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니 골든타임 이내에 병원에 도착했지만 먹는 약만 주고 땡치는 상황이라고 억울해 하는 것이 아니라 경증의 뇌경색이였구나 하고 안도하면 될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청난 시술이나 약물치료로 혈관을 한번에 뻥 뚫어주길 원한다. 씽크대 하수구라면야 뚫어뻥으로 온 힘을 가하여 뚫어버리겠지만 혈관은 자칫하면 오히려 터져버릴 수 있어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바로 뇌출혈이 오는 상황이다.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에 달라붙어 녹여주는 혈전용해제 치료는 발병후 4시간 반 이내 할 수 있는 치료로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최고의 효과를 내는 치료방법이다. 주사로 작은 약병에 들어있는 용액을 주입하면 1시간 동안 혈전을 직접적으로 녹여준다.
발병후 6시간 이내애 할 수 있는 치료로는 혈관 안으로 카테터를 넣어 막혀있는 혈전을 직접적으로 꺼내는 시술이 있다. 이 시술은 6시간 이내라고 하지만 의사의 판단하에 24시간전에는 시도해보기도 한다. 이런 시술과 약물치료에는각각의 중요한 적응증이 있다. 효과가 좋지만 위험한 치료이기에 각각의 금기사항에 포함되면 가차없이 치료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 두 치료방법의 장점은 효과가 드라마틱 하다는 것이지만 단점은 뇌출혈이 발생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뇌출혈이 발생해서 안 하느니만 못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혈관조영술의 효과를 보지 못 한채 그냥 시도만 해보고 끝난 경우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 될 정도로 뇌출혈이 발생하면 엎친데 덮친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안전하고 효과를 보장하는 상황에서만 시술을 진행 할 수 밖에 없다.
혈관조영술 같은 경우에는 카테터가 직접 혈관 안으로 들어가는 시술이다보니 뇌혈관 중에서도 큰 혈관이 막힌 경우만 그리고 생긴지 얼마 안되어 혈전이 아직 말랑말랑할때만 진행할 수 있다. 그러니 시간이 중요한 거고 증상이 위중해야 한다. 큰 혈관에 뇌경색이 발생했으니 뇌경색 증상이 얼마나 심하겠느냔 말이다.
병원에 일찍오라고 해서 증상이 발생한지 1시간도 안되어 병원에 왔는데 이런 혈전용해제 또는 혈관조영술을 해주지 않는다고 일찍와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다고 투덜거리는 환자 보호자에게는 "이정도면 증상이 경미할 때 온 거라 몇일 수액 맞으면서 안정 취하면 괜찮겠구나! 다행이다"하고 마음을 바꿔 생각해 줬음 한다.
사실 뇌경색의 골든타임은 뇌경색은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전혀 갖지 않은 건강한 분들이 예방주사 맞듯이 한번씩 알고 넘어갔으면 하는 부분이다. 특히 혈전용해제는 과거 3개월 전에 뇌경색을 앓았던 적이 없어야 치료가 가능하기에 처음 뇌경색이 온 환자들을 위한 기적과 같은 치료라고 생각한다.
혈전용해제 치료를 하면 완벽에 가까울 만큼 뇌경색 이전 상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잘 알지 못해 '몇 일 있으면 괜찮아 지겠지'하고 방치하거나, 한의원을 전전하거나 하여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정말 안타깝다. 또 잠을 자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증상 발생시간을 내가 처음 증상을 발견한 시간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정상이였던 시간으로 정하기 때문에 자고 있는 도중 발생했다가 아침에 일어나보니 팔이 안 올라갔다고 한다면 새벽 2시에 발생한건지 새벽5시에 발생한건지 알 수 없기에 병원에서는 마지막으로 정상이였던 잠자기 전 시간인 전날 저녁 10시를 기준으로 시간을 세기 때문에 당연스럽게 골든타임이 지나가 버린다. 그렇다고 잠을 안 잘수는 없는거라 이 부분은 어쩌면 운에 맞기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가령 혼자 거주하고 계서서 말 할 일이 거의 없는 분인데 언어장애로만 뇌경색 증상이 온 경우에는 뇌경색이 발생해도 전혀 모르고 지내다가 전화통화 하려고 하니깐 말이 잘 안나와 알게 된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말이 잘 나왔던 적이 언제냐?'가 중요한데 하루종일 말을 안 하고 있었다면 이 경우에도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는 경우다. 팔다리 마비 증상이 없이 말만 안나오는 경우도 있냐고 물을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가 정말 있다. 또 눈쪽에만 증상이 발생한 경우 또는 어지러움을 느끼는 뇌경색이 발생한 경우에도 안과나 이비인후과를 다니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버리는 경우가 많다. 1주일을 치료해도 낮지 않아 신경과에 왔다가 뇌경색을 뒤늦게 진단 받은 경우도 비일비재다.
골든타임이 4시간이라고 해서 4시간 땡해서 병원에 도착하면 이 경우도 치료가 어렵다. 약물이 주입되는 시간이 늦어도 발생후 4시간 30분안이여야 하는데 4시간 후에 병원에 도착하면 MRI검사하고 약을 준비해서 주입하는 것이 30분안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늦어도 3시간 안에는 병원에 오시라고 조언하는데 사실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다. '골든타임 안에만 가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잘못된거다. 주사를 맞는 시간이 빠르면 빠를수록 예후가 좋아지기 때문에 무조건 빨리 병원에 가야한다.
시술을 할지 혈전용해제를 쓸지 말지에 대해서는 의사의 소견으로 진행되는 일 인지라 증상이 발생하자 마자 병원에 왔다고 해서 모두 혈전용해제의 적용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빨리 와봐야 허탕만 쳤다고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사실 병원에 오는 목적중에 하나가 의사의 '괜찮습니다'라는 이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안심을 받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집에서 내가 판단 할 수 없는 일이니 의심이 생기면 즉시즉시 병원으로 오시라고 항상 말씀드린다. 오셔서 괜찮다고 이상 없다는 예길 듣을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정말 혈전용해제를 쓸 수 있는 필요한 상황이였다면 일찍 온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겠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