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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80이면 괜찮다고? 뇌경색이 당신을 노리는 순간

혈압 128/80, 예전엔 정상? 이젠 위험 신호!

by 허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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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의 기준


"128에 80입니다. 혈압이 높으시네요. "

"엥?? 뭐라고요??"


고혈압의 기준이 점점 타이트해지고 있다.

10년전만 하더라도 140/90이 넘지 않으면 정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상혈압의 기준이 수축기혈압 >120mmHg, 이완기혈압 >90mmHg으로 120/80 미만이어야 인정이다. 120/80에서 139/89 사이의 혈압은 고혈압 전단계라고 부르며 관리의 대상이라는 딱지를 붙여준다.


| 혈압 분류 | 수축기(mmHg) | 이완기(mmHg)|
|--------------- --|-------------------|--------------------|
| 정상 혈압 | < 120 | < 80 |
| 고혈압 전단계 | 120-139 | 80-89 |
| 고혈압 1기 | 140-159 | 90-99 |
| 고혈압 2기 | 160-179 | 100-109 |
| 고혈압 3기 | >= 180 | >= 110 |


혈압의 기준은 2017년부터 타이트해졌다. 천장 없이 솟구치는 고혈압 유병율을 어떻게든 막아보고자 기준을 타이트하게 바꾼 것이다. 10년 전에는 128/80으로 측정되면 간호사는 "정상이세요~"라고 얘기해 준다. 그러면 환자들은 '아.... 다행이다. 아직 정상이구나. 고혈압은 나하고는 먼~~~ 이야기구나ㅎㅎ 난 아직은 마음껏 짭조름한 거 많이 먹고 지금처럼 생활해도 문제없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기준을 낮추었더니 같은 혈압이라도 간호사는 "고혈압 전단계이시네요... 관리하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앞으로 혈압약 드셔야 돼요..."라고 대사가 바뀐다. 같은 혈압이지만 고혈압 전단계라는 예기를 들은 환자들의 생각도 달라지게 된다. '뭐?? 내가 혈압이 높다고??? 방치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단 말야?? 안돼!!! 오늘부터 식단조절이다!!' 이런 경각심과 각오를 만들게끔 하고자 큰 그림을 그리고 고혈압의 기준은 타이트해졌다.



수축기 혈압? 이완기 혈압?


"128입니다."

"네~~"


sticker sticker


잠시만요!!! 네!!! 라고 그냥 끝내시면 안 됩니다!!!! 이완기 혈압 수치도 알려달라고 하셔야지요!!!!


혈압은 항상 000/00으로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을 측정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위의 숫자만 궁금해하고 아래숫자는 관심이 없다. 병동일이 너무 바쁜 그런 날은 나도 가끔 위에 혈압만 후닥 얘기해 주고 다른 일을 하러 간 경우도 솔직히 있었다. 그런데 한 번도 아래 혈압은 왜 예기 안 해주냐고 되묻는 분이 안 계셨다;;;;;; 이런 부분이 나에게 면죄부가 된 거 같기도 하다.


심장이 쿵! 하고 힘껏 혈액을 짜낸다. 심장 안의 혈액을 몽땅 온몸으로 보내지면 다시 혈액을 채우기 위해 잠시 쉬는 시간을 같는다. 그리고 심장 안에 혈액이 다 고여지면 다시 쿵! 하고 힘껏 짜낸다. 쿵! 하고 심장이 혈액을 보내면 시원한 물줄기가 한꺼번에 흘러들어오니 혈관 안의 압력이 자연스레 올라간다. 그때의 혈압이 수축기 혈압이다. 그리고 심장에 혈액이 차오르기를 기다릴때는 혈관도 뿜어져 나오는 혈액이 없다보니 압력이 낮아진다. 그때의 혈압이 이완기 혈압이다.


통통하고 건강한 혈관은 심장이 혈액을 내보낼 때 풍선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면서 탄력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받는 압력이 낮다. 때문에 아직 탱탱한 혈관을 가지고 있는 젊은 사람들은 고혈압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 내 피부가 점점 거칠어지는 거처럼 내 혈관도 점점 탄력을 잃어간다. 풍선처럼 잘 늘어나던 혈관도 나이가 들면 점점 딱딱해진다. 혈관이 늘어나지 않으니 혈관 안의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혈관이 받는 압력이 높아지면 심장이 느끼는 부담도 점점 높아지게 된다. 똑같은 힘으로 펌프질을 해도 혈액이 쭉쭉 흐르지 않으니 심장이 더 무리해서 일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무리해서 계속 일을 하다 보면 온갖 심장질환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수가 없다.


심장에 혈액이 차오르는 시간 동안에는 심장도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다. 그때는 혈관도 추가로 받는 압력이 없다. 이때 측정된 혈압이 이완기 혈압이다. 수축기 혈압과는 다르게 이완되었는데도 혈압이 높게 나오는 것은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하는 문제다.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일때는 세포하나하나가 긴장이 지속되게 된다. 이땐 혈관 또한 긴장을 하게 되면서 혈관이 수축하여 혈압이 높아진다. 같은 양의 물도 수로가 좁아지면 압력이 높아지는 원리이다. 그래서 잠을 잘 못 자거나,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가 많다면 이완기 혈압이 쭉 올라간다. 또, 혈액의 양이 많아져도 이완기 혈압이 높다. 혈액의 양이 많아질 때는 몸속에 소금기가 많은 경우다. 고혈압 환자에게 짠 음식을 먹지 말라고 조언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소금이 과도하게 들어오면 몸에서는 염분의 발란스를 맞추기 위해 물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잔뜩 머금고 있게 된다. 이렇게 혈액양이 많아지면 그만큼 혈관이 받는 압력도 높아지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혈관 내 염증이 있는 경우다. 여러 이유로 혈관내벽이 손상이 되면 혈류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게 된다. 울퉁불퉁한 길은 가기 힘든 것처럼 상처와 딱지가 잔뜩 있는 손상된 혈관을 흐르다 보면 혈압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혈압 전단계라는 걸 생각해 낸 분은 정말 탁월하신 거 같다.

정상과 고혈압전단계는 받아들이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늘 정상혈압만 유지하고 있는 나도 나이가 40이 넘어가니 점점 혈압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옛날이었으면 140이 넘기 전까지는 아무런 경각심을 갖지 못하고 아직 마지노선이 남아있다고 안도했을텐데, 타이트해진 기준 덕분에 조심해야겠다는 경각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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