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예방: 저염식이
난 짜게 안 먹어요!!
글쎄.... 과연 그럴까요?
그건 당신만의 착각...??
'난 짜게 안 먹는데 왜 고혈압이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의 식습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보인다. 이렇게 말하는 분들의 '짜게 먹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는 특정 음식 또는 조리법에서만 짜게 먹지 않는다는 거 같다. 이유 없이 병이 올 리 없고 원인이 있어야 문제가 생긴다.
내가 아는 한 분은 "난 짜면 손도 안 대는데 왜 고혈압인지 모르겠어. 유전은 어쩔 수 없나 봐"라고 말하는 분이 있다. 가족력으로 고혈압이 있어 억울하게 고혈압이 생겼을 뿐 본인의 식습관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다. 처음에는 '아..... 안타깝다..... 유전이 야속하네....'라고 생각했었는데, 같이 식사자리를 몇 번 해보고나니 다만 유전의 문제만은 아닌듯하다... 그분은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젓갈과 김치를 엄청 좋아했다. 쌀밥을 푹 뜨고는 젓갈도 한 움큼 집어서 먹는 걸 좋아했고 쌈장과 된장을 즐겨 먹는데 보통사람보다 2~3배 많은 양을 넣었으며 김치는 김칫국물까지 떠먹는 걸 좋아했다. 그분을 보고 생각한 점은 '생물학적 유전도 한몫하겠지만 환경적인 유전도 무시하지 못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었다. 그분은 아마 이런 식습관을 가진 식구들과 함께 살면서 자연스럽게 짠 음식을 즐겨하는 식습관이 몸에 베였을지 모른다. 본인 기준에는 식구들보다는 짜게 먹지 않으니 '난 싱겁게 먹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던 거 같은데 우물 안 개구리같은 생각이다.
이런 작은 부분까지 짚어주면 좋겠지만 환자들과 상담하는 동안에는 발견되기가 참 어렵다. 평소 식습관에 대해 물어보면 자기 방어식이 되기 때문에 안 좋은 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본인을 위한 교육과 상담이라는 걸 알지만 혼난다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지 잘못된 식습관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물어보면 늘 '짜게 안 먹는다.', ' 국물 그런 건 손도 안 댄다.' 하면서 신빙할 수 없는 대답만 나오기 부지기수다. 환자분의 말만 들으면 교정할 부분이 없는 거 같지만, 이때 아내나 딸이 보호자로 같이 오는 경우라면 예기가 달라진다. "무슨, 당신이 짠 걸 안 먹냐! 국에 밥 말아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엄마는 쌈을 엄청 좋아하시는데 밥 먹을 때마다 쌈장을 한 숟가락씩 드세요" 나랑 상관없이 내 옆사람이 혼나는 상황에서는 늘 신이 나서 착한 고자질을 해댄다. 평소 본인들의 잔소리가 정당했다는 힘을 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난 짜게 먹지 않아"라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일지라도 객관적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1. 평소 국물을 좋아해서 완뚝하는 걸 즐기는가? 건더기 위주로만 먹는가?
2. 피자, 치킨 등 배달음식을 먹을 때 딸려오는 소스를 남김없이 먹는 타입인가? 맛만 보는 정도인가?
3. 상추쌈을 먹을 때 쌈장을 얼마 만큼 넣는가? 강낭콩 크기인가? 완두콩 크기인가?
4. 간이 되지 않는 생 야채 반찬을 즐겨 먹는 타입인가? 아닌가?
5. 떡볶이나 감자탕 등 국물이 남은 게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가? 볶음밥 마무리가 국룰인가?
6. 과자나 빵을 좋아하진 않는가?
내 주위에는 짠 음식을 싫어한다고 말하고 다니면서 엄청나게 짜게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남편이다. 남편은 식습관을 위의 질문에 대입해보면 얼마나 재밌는 결과가 나오는지 알 수 있다.
1. 평소 국물을 좋아해서 완뚝하는 걸 즐기는가? 건더기 위주로만 먹는가?
A. 저염으로 내가 만들어준 국은 건더기만. 맛집에서 먹는 짭쪼름한 국은 완뚝.
2. 피자, 치킨 등 배달음식을 먹을 때 딸려오는 소스를 남김없이 먹는 타입인가? 맛만 보는 정도인가?
A. 소스는 듬뿍듬뿍. 남은 한 방울도 아까워서 입으로 쪽쪽 빨아먹기까지.
3. 상추쌈을 먹을 때 쌈장을 얼만큼 넣는가? 강낭콩 크기인가? 완두콩 크기인가?
A. 쌈장은 안 넣어요~~ but 구운 김치를 먹지요.
4. 간이 되지 않는 생 야채 반찬을 즐겨 먹는 타입인가? 아닌가?
A. 주면 먹음. 찾아먹지는 않음. 입가심 정도로만 조금 먹음.
5. 떡볶이나 감자탕 등 국물이 남은 게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가? 볶음밥 마무리가 국룰인가?
A. 볶음밥은 국룰! 게다가 먹을 때 남은 국물을 더 떠먹기까지 함.
6. 과자나 빵을 좋아하지 않는가?
A.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눈에 보이면 없어질 때까지 먹음.
누가봐도 식습관에 문제가 있는데 본인은 짠 음식을 싫어한다고 한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되지만 남편을 보면 다른 고혈압 환자들의 상황이 이해가 되는 거 같다. 이래서 고혈압은 한 번 진단받고 나면 평생 안고가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이 되는 거다. 식습관 바꾸는 것은 다시 태어나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이다. 강력한 의지와 노력이 없으면 안 된다.
"짠 음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고혈압 유전이 없는 집에 새로 태어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맛있는 음식을 포기할 수 없다면.....
조금씩 조금씩 노력해야 한다.
일단 외식 횟수를 줄여보자.
밖에서 먹는 음식치고 저염이라고 느끼는 집은 찾기가 매우 어렵다.
달고 매운맛으로 중화돼버려 먹자마자 짜다고 느끼기보다는 맛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아무런 경계심 없이 먹게 돼버리니 강제적으로 횟수를 줄여야 한다.
유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자기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지 말자.
유전은 총알을 갖고 태어난 것일 뿐 결국 방아쇠를 누르는 건 자기 자신이다.
내가 어떤 생활습관, 식습관을 갖느냐에 따라 방아쇠는 영원히 눌러지지 않을 수 있다.
만약 가족력이 없는데도 고혈압이 생긴 거라면...... 아주 많이 반성해야 한다.
오늘부터 외식대신 집밥으로, 빵과 과자대신 생야채로 간식을 바꿔보자.
잠을 잘 자고 스트레스받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 금주, 금연은 Crtl + V 다.
"오늘의 한 걸음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