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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가 생소한 보통의 사람들을 위해..

당뇨의 진단: 당화혈색소

by 허간호사
혈당이 얼마인가요?
땡!
혈당수치가 중요한게 아니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혈당검사 수치를 궁금해한다. 건강검진 결과지에 혈당 수치가 100mg/dl이상으로 나오면 당장에 당뇨를 진단받은 듯 얼굴이 잿빛으로 바뀌기도 한다. 순간의 혈당을 측정하는 혈당검사의 수치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겁부터 먹을 일은 아니다. 어떤 상황일 때 검사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수치이기 때문에 혈당검사 한 가지만으로 당뇨다? 정상이다? 구분하기에는 이르다. 그렇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접하는 혈당수치는 건강검진이었을테니 8시간 이상 충분히 금식을 하고 검사한 혈당수치가 120mg/dl 이상 나왔다면?? 우려했던 일이 맞을 가능성이 높긴 하다...


혈압은 안정기에 측정해야 된다고 강조했던 것 처럼 당뇨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먹자마자인지? 공복인지에 따라 내 혈당수치는 엄청나게 차이난다. 당뇨가 없는 정상인 일지라도 밥 먹고 1시간 이내에 혈당검사를 하면 정상 혈당수치인 120mg/dl을 훌쩍 넘길 수도 있다. 당뇨가 없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정상수치를 유지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고 싶겠지만 밥 잔뜩 먹고 달달구리까지 내달리면 정상인도 혈당은 훅 올라간다. 다만, 당뇨가 없는 사람은 당뇨환자보다 혈당이 올라가는 최고치가 현저히 낮고 빠르게 안정된다는 것이 다르다.



https://hu-jung37.tistory.com/28

위 그래프는 위에 첨부된 글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었던 거다. 그래프를 잘 보면 정상인은 대체로 혈당 정상수치인 80~120mg/dl 언저리에서 왔다갔다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조금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지만 정상수치 안에서 찰랑찰랑 움직인다.


교과서적인 정상 혈당수치는 80~120mg/dl이다. 그런데 당뇨가 없는 정상인일지라도 공복일때는 70대가 나오기도 하고 혈당지수가 높은 식사를 한 후에는 130이 넘게 치솟기도 한다. 당뇨환자와 정상인의 차이는 이런 혈당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이다. 정상인은 몸 안에 당이 잔뜩 있을때는 저장하는 일을 시작하고 먹은 게 없어 혈당이 떨어졌을 때는 저장해 둔 당을 꺼내 사용하는 걸 잘한다. 그래서 80~120mg/dl사이의 정상혈당수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유연하게 그 사이를 오가며 유지되는거다. 몸 안에 당분이 넘쳐도 저장을 잘 못하고 당분이 없을 땐 꺼내어 쓰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 바로 당뇨다. 그래서 당뇨환자들은 먹으면 혈당이 고혈당으로 치솟고 안 먹으면 저혈당에 빠져 쇼크의 위험이 생기는 거다.



그럼 어떤 수치가 중요합니까?
뭘 물어봐야 하나요??
정답은 당화혈색소입니다.


당화혈색소(HbA1c)는 당뇨환자들이 가장 많이 신경쓰는 수치이다. 당화혈색소는 혈당이 낮으면 저장된 당을 꺼내쓰고 혈당이 높으면 저장하는 일을 얼마나 잘 했는지 보여주는 지수다. 즉, 혈관 내 혈당지수를 80~120mg/dl로 유지하는 일을 얼마나 잘 해냈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그것도 최근 2~3개월간의 기록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당뇨를 진단하고 당뇨환자의 경과를 살펴보는 데 매우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뇌경색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당뇨관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당화혈색소 검사를 한다. 입원 시 뽑아간 무수한 혈액검사 속에는 당화혈색소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혈당수치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당화혈색소가 얼마인지 물어보는 것이 완벽한 질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당화혈색소 검사는 건강검진을 목적으로 검사하게 되면 건강보험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기본 건강검진 시에는 보통 포함되어 있지 않고 일반 혈당검사만 시행되는 게 보통이다. 만약 '어! 나는 직장인 정기 건강검진에 당화혈색소가 포함되어 있던데??'라고 한다면 직원복지가 좋은 곳에 다니고 있으신 거니 뿌듯해하시면 된다. ㅎㅎㅎㅎ 대학병원에서는 일반 병의원보다 어떤 것이든 단가가 높은지라 당화혈색소 혈액검사 한 가지의 비용만 하더라도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내 직장은 기본 건강검진만 해준다고 속상해하시는 분들 중 당화혈색소 수치가 궁금하신 분이라면 집 근처 작은 내과에서도 혈액검사를 하는 곳은 많다. 이런 곳에서는 같은 비급여라도 몇 만원이면 할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고가라서 손이 떨려 검사하지 못하는 그런 정도는 아니니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어 건강에 관심이 생기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해봐도 좋은 검사다. 뭐든 미리 알고 준비하면 효과도 높고, 효율도 좋다.



당화혈색소가 얼마나 나오면 좋은 건가요?
5.6을 기억하세요!


당화혈색소(HbA1c)

정상수치: 4.0~5.6%

당뇨 전단계: 5.7~6.4%

당뇨병 진단: 6.5%


정상의 마지노선은 5.6%이다. 만약 당화혈색소가 5.6%으로 나왔다면 이런 분들도 경계를 갖아야 한다. 뇌경색이라는 질환이 당뇨와 얼마나 관련이 높은지 병원에 입원한 뇌경색 환자들의 당화혈색소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미 당뇨가 있으신 분들, 이번에 당뇨를 진단받은 분들, 이번에 당뇨 전단계를 진단받은 분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뇌경색이 이미 발생하신 분들에게서는 당화혈색소의 수치가 5.7%을 넘기는 것이 우습다. 혈관문제 외에 다른 문제로 뇌경색이 발생한 분이 아니고서는 정상이라고 해도 5.5, 5.6%을 받은 분이 고작일 정도로 대체로 뇌경색이 발생한 분들의 당화혈색소는 높다. 뇌경색환자만 보다보면 '40대만 넘어가면 기본적으로 5.6%가 넘게 나오는 건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요즘은 당뇨 전단계라는 말이 익숙하신 분이 많은 거 같다. 아직 당뇨병으로 진단받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똑같은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유지하신다면 조만간 당뇨병을 진단받게 되는 군에게 경계의 딱지를 붙여 준 것이 당뇨 전단계다. 작은 불씨는 작은 노력에도 빨리 꺼지고 완소되기 쉬운 거처럼 몸에 이상신호가 막 보이기 시작할 때는 조금만 노력해도 효과는 엄청나다.




우연한 기회에 손가락을 탁 찔러 혈당검사하는 걸 해봤는데 혈당이 너무 높게 나왔다고 걱정할 필욘없다. 내가 2시간 이내에 뭘 먹은 게 있는지 없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 방금 간식을 먹었다면 공복에 다시 검사해보면 정상수치가 나올거다. 그런데 건강검진을 위해 8시간 이상 공복을 잘 유지했음에도 혈당검사가 정상수치보다 높게 나왔다면 예기가 달라진다. 이런 경우라면 정밀검사를 받아보기를 권한다는 검사결과지의 코멘트가 달리게 될 거다. 이렇게되면 건강보험혜택을 받아 저렴하게 당화혈색소 검사를 할 수 있게 되겠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결과를 들으러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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