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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도 참을 수 없는 달콤한 유혹

당뇨병 예방

by 허간호사
당뇨병이 아닌 건강한 일반 사람이라도 당뇨를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거다.

단 거 먹지 마라.

탄수화물은 당뇨에 쥐약이다.

운동해라.

술 마시지 마라.

엄마의 잔소리같은 건강상식은 몰라서 못 지키는 것이 아니다.

알아도 지키기 어렵다.


막연하게 알아서 그렇다.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운동을 하면 어떤 효과가 있어서 당뇨를 예방할 수 있는지...

내가 먹은 음식들 때문에 어떻게 당뇨가 생기는지를 확실히 인지하게 되면,

그때야 비로소 의식적인 노력이 시작된다.

내가 환자들에게 뿌리부터 설명하여 완전히 이해시키려고 욕심부리는 이유다.




저번주에는 당뇨라는 병이 어떻게 생기게 되는지 알아봤다.

그 부분을 역으로 올라가면 어떻게 하면 당뇨가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첫째, 열쇠공장이 망가졌을 때

인슐린이라는 열쇠를 만드는 공장은 췌장이다. 공장을 극심하게 가동시키면 과부하가 걸려 불량품을 만들거나 만드는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 그렇담, 우리는 어떻게 해줘야 공장인 췌장을 망가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그렇다! 공장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도와주면 된다. 즉, 췌장에게 휴식시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췌장이라는 공장은 혈당이 높으면 가동된다. 혈당을 낮추게 하기 위해 인슐린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췌장을 쉬게 하고 싶다면 혈당을 높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혈당이 높은 음식인 단 음식을 삼가해야 하는 이유다. 설탕=당 모르는 사람이 없는 상식일거다. '초콜릿, 사탕, 젤리, 아이스크림과 같은 음식은 당뇨에 안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그런데 착각하기 쉬운 것들도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과일이다.


과일은 비타민인데~

과일은 비타민 맞다. 그런데 당도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이다. 사탕에 쓰는 당은 100만큼 나쁘고 과일에 있는 당은 자연식이니깐 50만큼 나쁘겠지? 그런 건 없다. 당이면 당뇨한테는 다 똑같다. 그렇다고 영양가 많은 과일을 당뇨예방을 위해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과일을 주식처럼 먹지 말라는 말이다. 포도를 한 광주리 씻어 밥대신 먹는 사람들이 있다. 아침사과는 금이라면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사과 한 개를 너끈히 먹어치우는 것이 문제다. 얼마큼 먹느냐가 중요하다. 어차피 비타민은 과하게 섭취하면 소변으로 다 빠져나간다. 사과 반쪽, 포도 반송이로 줄이면 앞으로 맛있는 과일을 평생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당뇨가 오면 이 마저도 무서워 과일을 못 먹게 될 수 있으니 항상 먼 미래까지 내다봐야 한다.


껍질을 먹을 수 있다면 꼭 같이 먹도록 하자. 껍질에 있는 많은 영양소를 얻을 수 있는 목적도 있지만 당뇨환자에게는 당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껍질에는 식이섬유가 많다. 식이섬유는 혈당의 천적이다. 식이섬유는 당분을 감싸안아 몸 안에 흡수되지 못하게 만든 후 그대로 대변으로 내보내버린다. 이렇게 과일 껍질을 같이 먹으면 껍질의 영양소도 얻고 혈당도 낮추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둘째, 끊임없이 문을 열어달라고 할 때

먹을 것이 널려있는 게 요즘 현대인들의 문제다. 임금님이 되고 싶었던 걸까? 아침, 점심, 저녁, 야식은 기본이고 중간에 새참격인 간식도 잊지 않고 챙겨 먹는다. 1일 5식을 하고 있는 내 입은 즐거울지 몰라도 몸 안에서는 비명이 질러지고 있다. 인슐린이 열심히 일을 해서 혈당이 좀 떨어지나 싶었는데 또 음식이 들어오니 내 혈액안에 인슐린은 줄어들 새가 없다. 초인종도 어쩌다 한 번 눌러야 반가워 버선발로 열어주러 나가지 이렇게 끊임없이 문 열라고 두드리면 나 같아도 안 한다고 튕겨버리겠다.

세포도 인슐린을 쉬지 않고 봐 버리면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진다. 세포가 혈당을 받아줘야 혈액 내 혈당이 안정화되는데 인슐린이 오든 말든 세포가 못 본체 하고 문을 안 열어주는 상황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그런 세포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하면 혈액 내 혈당은 예전만큼 뚝뚝 떨어지지 못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을 인슐린에 민감성이 생겼다고 표현한다. 인슐린 민감성이 생기게 되면 혈당이 떨어지는 속도가 현저하게 낮아져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가동률을 더 높이고 그렇게 더 많아진 인슐린은 더 자주 문을 열어 달라고 하게 되면서 민감성의 문제는 증폭되게 된다.



셋째, 열쇠구멍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인슐린이 세포문을 열려고 하는데 열쇠구멍에 녹이 슬어 있어 열쇠가 안 들어간다. 만성염증이 인슐린 수용체인 열쇠구멍을 망가트렸기 때문이다. 우리몸의 염증반응은 꼭 필요한 반응이다. 여러 경로로 병균이 우리몸에 들어왔을 때 균이나 바이러스를 무찌르는 반응이 염증반응이다. 이런 염증반응은 짧은 기간동안 발현되어 상처회복이나 감염을 해결하고는 사라진다. 마치 악당이 나타나면 갑자기 나타나 악당을 물리쳐주고는 돌연 사라지는 슈퍼맨처럼 말이다. 그런데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 운동부족, 수면부족, 흡연, 과음등의 생활이 쌓이다보면 면역체게에도 이상이 생기게 된다. 면역세포가 과도하거나 불필요하게 계속 활성화되는 만성염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며칠이면 없어져야 하는 슈퍼맨이 사라지지 않고 악당을 때려잡는 목적도 잃은 채 무의미하게 정상인들을 때리고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때려맞아 망가진 여러 피해자 중 하나가 인슐린 수용체인 것이다. 만성염증의 피해는 당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넷째, 창고 크기가 작을 때

100개의 당이 들어온다고 치면 100개가 0이 될 때까지 전부 저장시켜 버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몸은 1분 1초도 당 없이는 살 수 없다. 특히 뇌는 당 먹는 하마다. 뇌에 당분을 쉬지않고 공급해야만 지금처럼 숨 쉬고 살아있을 수 있는거다. 그래서 혈당은 사용할 만큼을 남겨두고 남는 부분만 저장하게 된다. 그러니 사용하는 양을 늘리면 저장하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운동을 해서 근육량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식후 30분 걷기운동이 효과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거다. 밥 먹자마자 걷기 운동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걸으려면 근육이 움직여야 하니 근육이 당을 계속 가져간다. 몸에 있는 혈당100개 중에 80개를 저장해야 했었는데 근육이 40개를 먹어치워줘 버리니 인슐린의 일이 줄었다. 인슐린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니 췌장도 덩당아 휴식시간이 길어지게 됐다. 일석 몇조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이렇게 꾸준히 걷기 운동을 했더니 근육의 양도 늘어 평상시에 먹여 살려야 하는 입이 늘었다. 헬스를 엄청 하는 헬스보이들 중 맛있는 거 원 없이 먹고 싶어서 운동한다고 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다. 똑같이 당 100개가 들어와도 운동 안 한 사람은 생활하는데 10개면 충분하기 때문에 90개를 저장해야 하지만 근육부자들은 근육들 먹여 살리느라 90개를 남겨둬야하니 10개만 저장하면 되는 것이다. 이리됐든 저리됐든 내가 사용하는 당의 양보다 많이 먹을 때 생기게 되는 것이 당뇨다.





그런데 이렇게 원인과 결과를 속속들이 알았다고 해도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정작 나 조차도 지금 이 순간 초콜릿을 입에 물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좋은 얘기는 들을때만 반짝하고 다시 원래대도 돌아갈 뿐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근데, 반짝이라도 했던 게 어딘가. 반짝하고 잊어버리면 또다시 찾아 읽어 반짝하게 만들면 된다. 작심3일을 3일에 한 번씩 작심하게 만들면.......?? 우와~~~ 생각만해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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