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초기치료제
"병원에서 해주는 게 하나 없어!! 응급실에서 약 몇 알 주고 이거 주사줄 꽂아 논게 다야"
뇌경색으로 입원하고 하루정도 지나면 하나 둘 불평을 늘어놓는 분들이 생긴다. 이런 분들은 대개 경미한 정도의 증상으로 뇌경색이 오신 경우가 많다. 주로 많이 듣는 불평으로는 병원의 치료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부분이 많은데 치료과정을 충분히 설명 듣지 못해 생긴 불평이신지라 바쁘다는 핑계로 설명이 미흡했던 점이 늘 죄송한 부분이다.
뇌경색 환자분들은 각기 다른 증상으로 응급실에 오신다. 흔히 알고 있는 팔다리 마비, 구음장애를 비롯해 시야장애, 어지러움증까지 뇌경색의 증상은 각기각색이다. 갑자기 손에 힘이 빠져 들고 있던 핸드폰을 놓쳐버린다면? 눈앞에 커튼이 드리운 것처럼 한쪽이 까맣게 보인다면? 질환을 잘 알고 있는 나도 막상 뇌경색 증상이 발생하면 너무나도 무서울 거 같다. 증상이 잠시만 있다 금방 회복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더러는 후유장애가 남게 되는 질환이다 보니 나는 아직도 손에 힘이 안 들어가는데 병원에서는 특별히 해주는 게 없어 보이면 속이 타들어갈 일 일거다.
엄청난 시술과 약물치료로 증상이 모두 호전되길 바라시며 병원에 오셨겠지만 환자분들이 생각하는 엄청난 치료는 적용되는 환자와 적용되지 못하거나 필요하지 않는 환자로 나뉜다. 시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혈관조영술과 같은 시술을 진행하지만 시술이 오히려 독이 되는 환자에게는 시행하지 않는다. 엄청난 약물치료도 분명 있다. 꽉 막혀있는 혈관을 뚫어주는 효과 높은 혈전용해제 치료도 할 수 있지만 자신에게 득이 되는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지 모든 상황에 만병통치로 사용될 수 있는 약은 없다.
혈관조영술이 필요하지 않고 혈전용해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뇌경색 환자분들에게는 보통 응급실에서 알약 3알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바로 아스피린 100mg짜리 3알이다. 옛날 사람들은 진통제라고 많이 아는 약이기도 한데 신경과에서는 진통 목적보다는 항혈전의 목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항혈전이란 피떡(blood clot)이 생기지 않게 방해하는 작용이다. 보통은 하루 100mg 용량으로 복용시키는 약인데 뇌경색이 발생한 직후에는 300mg의 고용량의 아스피린을 복용하게 하여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아 뇌경색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도와준다. 아스피린은 20~30분이면 약의 효과가 최고치로 올라가기 때문에 혈관조영술과 혈전용해제를 사용할 수 없는 발병 후 48시간 이내의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 방법이다.
그렇지만 이런 내용을 알 길이 없는 환자들은 약 세알이 우습기만 하고 아무 효과도 없어 보이는 생리식염수만 달랑 매달아 놓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거다. 입원이 필요하다는 말에 잔뜩 긴장되어 걱정 가득 입원수속을 했지만 입원하고 병실에 와서도 특별히 하는 것 없이 계속 생리식염수만 매달려 있는 거 같으니.... 답답하고 화가 나셨을 수도 있다.
"응급실에서 드린 약으로 치료를 시작한 겁니다. 수액도 치료 중 하나이구요."
뇌경색은 진행하는 병이다. 뇌졸중의 '중'은 가운데 중인 '中 '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병이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질환명의 의미처럼 뇌경색은 재발 위험성이 높은 질환인데 첫 증상이 발생 후 1주일 동안이 가장 위험한 기간이다. 그 때문에 입원하여 수액치료를 함으로써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고용량의 아스피린으로 이차적인 손상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응급실에서 주는 아스피린 세알은 복용 후 약물 농도가 최고로 높아(peak dose) 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20~30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약효가 빠른 약이다. 약효를 제대로 발휘하는 데에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아스피린은 혈전이 생기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뇌경색 환자의 치료에 가장 전통적으로 쓰이는 약물이다.
"수술을 하거나 시술을 하지 않고 약물치료만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신 거예요"
약을 왜 드린 건지 무슨 작용을 하는 건지 수액은 왜 맞는 건지 하나하나 설명을 드린다. 약물치료만 필요한 상황이라는 말씀을 드리면 엄청난 치료를 기대한 환자분들의 경우, 실망하시기도 하지만 더러는 다행이라고 안심하신다. 치료시기를 놓쳐 아스피린 세알만 복용해야 되는 경우도 있으나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드려 안심하고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 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