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진단명 용어정리
뇌경색 환자들은 보통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다.
갑작스럽게 예고 없이 찾아오는 병인지라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는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게 응급실에서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나면 신경과 의사 선생님이 뇌 MRI를 보여주면서 여기에 이렇게 뇌경색이 왔으니 입원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의료진은 열심히 설명하지만 놀라고 경황없는 탓에 환자나 보호자의 귓속까지 설명이 잘 들어가질 않는다.
그렇게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 드디어 기다리던 교수님께서 회진을 오셨다.
뇌혈관이 막힌 거라느니 머리에 뇌경색이 왔다고 하는 설명을 열심히 해 주셨지만 완전히 이해하는 환자분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시다. 뇌경색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노령일수록 위험성이 높다 보니 나이가 많으신 환자분들은 설명하고 설명해도 부족하기만 탓이다.
"그래서 내가 무슨 병에 걸린 거래요?"
"나는 뇌경색인 거예요? 뇌졸중인 거예요?"
"정확하게 내 병명이 뭡니까?"
이런 질문들을 많이 받고 나다 보니 환자분을 처음 뵙고 가장 먼저 병명에 대해 설명드리는 것이 나의 루틴이 되었다.
'뇌졸중은 머리혈관이 터져 출혈을 일으킨 뇌출혈과 머리혈관이 막힌 뇌경색을 모두 포함하는 말입니다.'
'그러니 뇌졸중이 왔다고 해도 맞는 말이고, 뇌경색이 왔다고 해도 맞는 말입니다.'
'그러니 환자분의 병명은 뇌졸중인 거고 세부적인 병명이 뇌경색인 겁니다.'
옛날말로는 중풍이라고 많이 불리는 병이었고 풍 맞았다고 많이 얘기했던지라
'풍 오신 거예요~'라고 한마디 해주면
그제야 '아~~~' 하고 이해하신다.
질병은 하난데 불리는 이름이 많으니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 환자분들은 충분히 헷갈리실 만하다.
뇌출혈과 뇌경색은 왜 한데 모아 뇌졸중이라는 큰 범위의 병명으로 불리는 걸까?
이유는 뇌출혈과 뇌경색 모두 뇌세포에 손상이 생겨 온 질환이기 때문이다.
혈관 안에는 산소와 영양성분들이 온몸을 돌며 세포들에게 먹이를 공급한다.
이렇게 혈관으로부터 산소 공급을 받아 살고 있던 뇌세포들이 출혈이 오거나 막혀 버린다면 산소 공급을 받을 수가 없어진다.
그렇게 오랫동안 산소 공급을 못 받으면??
뇌 세포가 죽는다.
뇌 세포가 죽어서 생긴 질환이 뇌졸중인 것이다.
폐렴이 왔는데 누구는 세균성폐렴이라고 하면서 항생제를 주고 누구는 바이러스성 폐렴이라고 하면서 항바이러스약을 주듯이
뇌졸중도 혈관이 막혀 생긴 뇌경색인지 혈관이 터져서 생긴 뇌출혈인지에 따라 치료법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지만 둘 다 뇌세포가 손상을 받아 생긴 질환이라는 점이 결국에는 같기에 한데 뭉쳐져 뇌졸중이라는 큰 병명으로 불리는 것이다.
이렇게 병명을 설명하고 나면 막혔던 궁금증이 풀리면서
새로운 궁금증이 무수하게 쏟아져 나온다.
오늘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설명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