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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해 준 것도 없으면서!!

불안을 잠재워줄 간호사의 경험담

by 허간호사

"검사만 잔뜩 하고

치료해 준 건 없으면서

퇴원하라고요!!

난 아직도 손에 힘이 없다구요!!"


'뇌졸중'이란 병을 떠올리면

뒷목 잡고 쓰러지는

생명이 위중한 뇌출혈 상황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런 경우보다는

경증의 뇌경색 증상으로

며칠간만

입원치료를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의료진의 분류에는 경증인 것이지만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

젓가락질이 힘들다던가

발음이 새어

어눌하게 말하게 된다면

의료진이 경증이라고 분류하여도

나에게 닥친 일은 그 어떤 것보다도 위중하기에

심각한 후유장애라 생각되기 마련이다.


증상이 발생하고

놀란 마음에 응급실에 도착해

뇌경색이라는 진단을 듣고 나면

그래도

병원에 일찍 왔고 대학병원 치료를 받는데

다 낫지는 못하더라도 많이 좋아져서 가겠지?

하고 기대감이 클 거다.


그렇지만

이런 경증 환자들의 경우

병원 덕을 봤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드물다.

온갖 돈이 되는 검사만 쪽쪽 뽑아하기만 하곤

증상은 아직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퇴원하라고 내쫓는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

오히려 많으시다.


교수님께서

'집에 가셔도 좋다', ' 차차 좋아지실 거다'라고

말씀을 해주셔도

환자분의 입장에선 불안하긴만 하다.


따지길 잘하시는 환자분들이야

그 자리에서 버럭 화를 내시며

'퇴원 못한다! 손이 다 낫지도 않았는데 가라고 하냐?'며

성을 내시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바로

퇴원하셔도 되는 이유를 잘 말씀드리고

이해시켜 드릴 수 있지만

온순하게 의사의 말을 고분히 따르시는 분은

나가라고 하니깐 나가는 거지만

불안하고 걱정스러워

치료를 다 안 해주고

나가라고만 하는 병원한테

서운하기만 하실 거다.


병원에 돈이 되는

온갖 피검사며 MRI며

온갖 검사는 다 해대기만 하고

정작 원하는 치료는 해주는 게 없는 거 같으니

답답하실 수 있다.


실제로

뇌경색 경증환자의 입원기간은

매우 짧다.

길어야 일주일이 걸리지 않는다.


입원하는 기간은

뇌경색 환자에게 가장 위험할 수 있는 기간인데

그 기간 동안 뇌경색의 진행을 예방하면서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는 거다.

검사도 마무리되고

위험기간도 지나게 되면

퇴원 후 지속적으로 약물관리만 해주면 되는 질환이기에

퇴원 order가 떨어진다.


후유장애가 크지 않은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좋아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권하지 않고

퇴원시키는 건데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평생 장애가 남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게 당연할 수 있다.


내가 병동에서 일할 때는

퇴원 환자를 만날 일이 없었다.

교수님들께서

'좋아지실 거예요'라고 환자분께 말씀드릴 때마다

나조차도 '정말인가' 하고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뇌경색 환자 퇴원관리 간호사가 되어

퇴원 후 환자들을 만나보다 보니

교수님들께서

단지 위로의 말로 얘기한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정말~좋아진다!!


빠르면

1달도 안 되어 호전됐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늦으면

3개월이 걸리기도 하지만

특별히 재활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좋아진다.


그렇지만

이 경우는 어디까지나

경증의 증상이 남아 있는 환자분들의 경우이다.


모든 환자들이

다 완벽 회복할 수 있다고만 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걱정하는 질병으로

인식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중증의 환자분들에게도

희망을 드리고 싶다.

더디지만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수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다.


그리고

다 나았다고

뇌경색을 별 거 아닌 병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들에는

재발의 위험성을 경고드리고 싶다.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것이기에

뇌경색이라는 병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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