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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향기 Aug 06. 2021

전북 익산 막걸릿집 이야기

훌륭한 선생님들과 어울리며 들렀던 막걸릿집 이야기예요.


타지인 전북 익산에서 퇴근 후의 외로움을 맛있는 안주 한상 차림과 함라 막걸리로 웃을 수 있게 해 준 행복의 장소였어요. 


꾼들만 알고 있는 전북 익산의 막걸리 맛집입니다. 이름도 '꾼'이에요. 안주 한상 보여줄게요.

먹지도 않는 술안주로 이것저것 개수만 늘려놓은 다른 집들과 달리 실속 있는 안주로 올려놨어요.

술을 더 시키면 다른 안주가 또 나올 거예요.

 

그런데 클났네요. 오늘 이후로 소문나면  우리 친구들이 앉을자리도 없을 텐데……

괜한 짓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7년 전,

관사에서 홀로 생활하는 제가 외로울까 봐 퇴근하면 동료들이 이곳저곳 익산에서 이름난 막걸릿집에 데리고 다녔는데요. 모든 막걸리 집들이 안주가 끝내주더라고요.


익산에는 모두 맛집 같더군요. 수도권에선 꿈도 못 꿀 정도로 싸고 맛있는 안주가 한상 가득히 차려지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했었지요. 


그중에서 이곳 '꾼' 막걸리 집은 테이블도 몇 개 안 되는 허름하고 조그만 가게지만 저는 여기가 가장 깔끔하고 맘에 들었어요.


주인장의 꼬장꼬장하고 깔끔한 성품이 안주에도 담긴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가게 문을 몇 시에 여는지는 모르겠는데 퇴근하고 5시 30분쯤 도착하면 항상 열려있었어요.


조금 늦게 가면 자리가 없어서 몇 번 허탕 친 적 있었지요. 하루 종일 진 빼고 그 막걸리 한상을 기대하며 목말라 갔다가 자리가 없어 돌아 나올 때면 ~끔 허탈한 기분이었죠. 


그맘 이해하시려나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포기할 우리가 아닙니다. 가까이 있는 핀치 히터 막걸리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죠. 평소에 물색해놨거든요.


그 집도 손님은 많지만 조금 널찍해서 우리가 앉을자리는 있었어요. 


거기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얼큰해졌는데도 뭔가 허전해서 2차로 다시 그 집 '꾼'에 찾아가면... 주인장 왈 "안주 다 떨어졌으니 담에 오시라-"고... 거-참! 쌀쌀하데요.


막걸릿집 치고는 좀 일찍 닫는 편이었어요. 그날 준비한 안주가 다 떨어지는 9시쯤이면 파장을 하나 봐요. 


그때의 절친들이 책 출간 축하한다고 초청해서 몇 달 전에 '꾼'에서 만났어요. 코로나 시국이니 만큼 4명 이내 모여서 조촐하지만 깊은 정 우러나는 출간 기념식을 그 집에서 가진 거죠. 




SRT 타고 익산역에 내려서 출구의 코로나 방역 코스를 통과하는데 그날따라 괜히 긴장되더라고요. 혹시 열불 난다고 '삑~~!'울릴까 봐서요  

정상! ㅎ

익산역 뒤편 송학동 방향으로 나가면 그리운 막걸릿집 '꾼'이 오른쪽 길 건너편에 보여요. 작은 건물에 조그만 간판이에요.


그때 이 가게도 코로나 방역 지침 철저히 지키더군요. 손님 3명-3명씩 6명이 왔는데 딱 봐서 서로 아는 사람들인 것 같으면, 다른 테이블에 앉아서 서로 합석 안 한다고 통사정해도 절대 입장 안 시켜줘요. 


주인장이 눈치 100단에다가 돗자리 깔 수준인 것 같더구먼요.


우리는 4명이서 함라고운님 막걸리 한 주전자(3병 들어감) 놓고 조촐하니 기념식 했네요.


어디 우리가 한 주전자만 먹고 나올 수 있나요~

좋은 사람들과 헤어지기 아쉽고 안주도 좋은데요. 입에 착착! 달라붙더라고요.^^


7년 전 그때는 막걸리 3병 한 주전자에 안주 한상이 18,000원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23,000원이더군요.


수도권에선 엄두도 못 낼 싼 가격이죠. 깔끔함도 맛도 최고예요. 장수막걸리 팬이지만 (그중에서도 영등포 & 구로 양조장)

익산의 함라 고운님 막걸리 싸~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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