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를 하면서 부자가 될수는 없다
얼마 전 생일날, 딸아이가 선물해준 편지가 인상적이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둘 만큼 훌쩍 커버린 딸아이는 어느덧 나의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 친구가 되었다.
학교 졸업식은 대한민국 사람의 정서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학교를 다녔던 우리 아이들에게 졸업식 경험을 못 해주는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이제는 초등학교 졸업식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이런 상황을 만들어준 발령이 갑자기 엉뚱하게도 이런 면에서는 또 고맙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딸아이 편지 내용의 단어 하나하나가 어느 문학 작품보다 감동이었으나 그중에서도 딸의 '절약도 할게요'라는 표현을 마주하니, 그동안 나와 와이프가 딸아이에게 좋은 경제관념을 물려준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돈의 셈도 제대로 못 할 만큼 아기였을 때부터 딸아이는 마트에 가서도 곧잘 싼 물건을 비교해서 가져오곤 했는데, 자라면서도 합리적 소비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하는 것 같았다.
아직 자가용을 소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느 날 진지하게 "우리 집은 차 살 돈이 진짜 없는 거야?"라고 묻는 아들과는 다르게, 일주일에 나흘을 버스로 학원에 오가는 딸아이가 안쓰러워 차를 살까 하는 물음에 딱히 불편하지 않다고 답하는 딸아이가 여간 대견하고 의젓하다.
나는 가족의 필요가 아니면 진심으로 차를 소유해야 할 필요를 아직 못 느낀다. 예전에 새 차를 소유하면서 고작 연간 3천 킬로미터를 주행하며 꽤 많은 유지 비용을 지불했었고, 미얀마에 가게 되며 고작 2만 킬로미터 주행한 새 차를 어쩔 수 없이 헐값에 넘기면서 진지하게 '차를 꼭 소유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곱씹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차가 없으면서 얻는 이득이 비용적인 면뿐 아니라 꽤 많다는 것이다. 딸아이 학원 등하원만 예를 들어도,
오가며 버스에 나란히 앉아 다양한 얘기를 할 기회가 생겼고,
학원이 끝나고 근처에 들러 늦은 간식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공간을 갖게 됐으며,
영하의 온도에 난방이 되는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예상치 못한 따뜻함에 반가운 함박웃음을 짓는 딸아이를 보는 추억이 생겼다.
차로 등하원을 했다면 절대 가지지 못했을 소중한 것들이고, 이런 덤같은 이득은 나를 퇴근길 소주 한잔 대신 딸아이 학원으로 향하게 한다.
아샨티족 속담에 '잔치를 하면서 부자가 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진리이고 나는 매일 이를 실천하면서 부자가 되길 희망한다. 나의 아이들 또한 돈을 잘 다루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