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문장 #1204

만나는 사람과 사는 공간을 바꾸면 삶이 변한다

by 미스터Bit

그가 가진 본질이 꽤나 궁금해지는 첫인상을 지닌 사람을 만났다. 으레 그렇듯 나의 동료는 시간이 되면 손님을 만나러 오후에 같이 가자고 즉흥적으로 오전에 물었고, 나는 반쯤 끌려가듯 그의 회사로 가 그를 처음 만났다.


요즘 회사들의 트렌드인 잠긴 입구(벨이 있는 곳도 별로 없다)에서 나의 동료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도착을 알렸고, 그는 입구로 손수 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일단 호감이 갔다. 최근 나의 통계로 열에 아홉은 대표가 나와 문을 열어주는 경우가 없었는데, 추운 날씨에 귀찮을 법도 한데 일부러 수고 해준 그에게 정이 갔다.


겨울 캠핑장 스타일의 편한 후리스 복장을 한 그는 키가 크고 잘생겼는데, 과하지 않게 스타일이 자연스러웠다. 작은 페트병에 담긴 일본산 녹차와 종이컵 세 개를 가져와 뚜껑을 따고 컵에 따라 넘겨주었는데, 그간 비싼 커피잔에 비서가 내오던 어떤 음료보다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


당연히 그와 그의 회사에 대해 미팅에 실례가 안 될 정도로 사전 공부를 해왔음에도 그는 친절하고 일목요연하게 그와 회사에 대해 소개했다. 그의 소개는 완성도가 높고 세련됐는데, 특히 미국인 아내와 두 딸이 제주도에서 목장을 경영하고 있다는 대목을 그의 음성으로 들으니 사전 공부 때와 또 다르게 새로운 서사로 뇌리에 담겼다.


미팅 내내 그는 호감 가는 사람들의 모든 특징을 일부러 샘플링해서 모아 놓은 것처럼 보였다. 심플한데 눈에 잘 읽히는 매뉴얼처럼 잘 정리된 서사로 자신을 소개했고, 상대가 어색하지 않도록 상대의 대화를 귀담아 되짚어 반복해 주었고, 말투가 조곤 한데 특유의 말과 말 사이 쉼표를 두고 성의 있게 단어를 고르는 정성과, 눈빛이 깊고 미소가 어색하지 않았다.


일로 시작해 가족과 삶, 인생 목표를 거쳐 나의 미얀마 과거까지 이야기가 굽이쳐 거슬러 올라가더니, 그는 쿠팡의 초창기 멤버였다며 과거 이야기를 짤막하게 꺼냈다. 김범석 의장과 격 없이 술잔을 섞던 과거를 회상하며, 김 의장이 가끔 미얀마에서 살던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유년 시절 미얀마 살이는 공개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도 그와 학교를 같이 다녔다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이득 없는 방문에 애를 쓰고 공손한 경우가 드물고, 대화라고 정의할 만한 것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런 자리에서 나는 소개 외에는 불필요한 말을 상당히 아끼는 편인데, 어제는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대화라 부를 만한 것을 주고받았고, 호의에 대한 고마움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나는 그에게 영화같이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첫인상에 대한 솔직하고 깊은 피드백을 드렸다.


그리고 그것이 정성스러운 대화의 시간을 내어준 고마운 이들에게 존경을 표현하는 나의 방식이다.


이렇게 기분 좋은 마침표로 일을 끝내고 집에 왔는데, 마치 짜인 각본처럼 아내가 공유해 준 유튜브 콘텐츠에서 오늘의 경험과 이어지는 공감 가는 문장을 발견했다.


사람을 바꾸는 힘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만나는 사람에게 변화를 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사는 공간을 바꾸는 것이라는 것이다. 사는 공간이 바뀌었고 만나는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변하는 것은 나를 뭔가 바꿔보라는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내게 보내는 신호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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