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문장 #1205

노력없이 무료로 주어지는 모든것에 감사하자

by 미스터Bit

미얀마를 경험하고 얻은 배움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사계절에 대한 감사다. 미얀마는 덥거나 훨씬 덥거나, 그리고 비가 오거나 비가 엄청나게 오거나로 설명되는 곳이다. 혹자들은 연간 추위가 없다는 장점만 보고 날씨에 대한 환상을 갖기도 하지만, 체감온도가 50도에 육박하는 건 제쳐두고라도 습도가 연중 80~90%인 곳에서 사는 건 사실 재앙에 가깝다.


어제 퇴근길에는 첫눈이 희고 깨끗하게 내렸다. 바람에 춤추듯 내리는 눈은 나에게 3년 만의 눈을 한번 감상해 보라고 뽐내듯 작정한 듯 예쁘게 내렸고, 늦은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집 앞에 나가 눈오리를 빚고, 눈덩이도 굴려 눈사람도 만들며, 오랫만의 첫눈을 아낌없이 즐겼다. 온 동네 꼬마 녀석들이 문밖으로 뛰쳐나와 문자 그대로 장관을 이루었다.


주체하지 못하는 즐거움을 동동 뛰어다니며 온몸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에너지가 채워지는 고마운 일이다. 그런 아이들을 흐뭇이 쳐다보며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작았었나 묻는 아내도 행복해 보여, 우리 가족은 또 한번의 완벽한 저녁을 함께 보냈다.


이렇게 공짜로 마음껏 주어지는 첫눈의 행복감도 전 지구적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경험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나도 미얀마 직원들과 생활해보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이 점을 감사하게 여긴 적은 없다. 그저 마땅히 내가 누려야 하는 것으로, 고맙기보다 오히려 생활의 불편함만 가중시키는 귀찮은 것으로 여겼다.


결국 나의 외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 안의 필터로 재해석되어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구분되어 나의 경험으로 저장되는데, 얼마나 좋은 필터를 품고 사느냐가 삶의 행복을 좌우하는지 또 깨닫는다.


나의 미얀마인 친구들은 눈에 대해 자주 물었다. 눈이 정말 하늘에서 쏟아지는지, 눈의 맛은 어떤지 또 눈이 얼마나 자주 오는지를 물었고, 그들은 눈을 직접 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내 미얀마 친구의 대부분은 평생 눈을 직접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그들에게 미얀마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거나 살기 위해 가는 일은 제도적 현실의 벽이 높아 꿈같은 일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눈은 꿈이자, 더 나은 현실에 대한 동경이며, 현세의 희망이다.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2003년에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는, 대한민국 국경을 넘어본 적이 없으시다. 양곤의 황금 쉐다곤 사원을 볼 때마다 어머니를 이곳에 모셔왔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닿지 못할 가정을 수천 번도 더했다. 지금은 손쉽게 다른 나라로 여행을 오고 가는 나와 나의 가족들은, 그런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으로 호강하며 살고 있다 생각되어 가슴이 웅장해진다.


내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계절이 바뀌어 떨어지는 첫눈에 감사해하자. 그것이 우리가 자연과 우리 부모에게 보여야 하는 마땅한 예의가 아닐까, 첫눈을 보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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