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더 빼도 충분히 괜찮다
승진에서 누락된 직원이 개인적으로 연락해 왔다. 자신이 누락된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같이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이유가 명확히 보였는데 정작 본인은 원인을 진단조차 못 하는 것이 안타까워 적당한 수준에서 조언을 주었다. 문제는 사무실 인력의 구조적인 문제와 승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의 부재임에도 그는 자신의 업무 능력을 탓했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이 대충의 눈대중으로만 봐도 그의 업무 능력은 베테랑으로서 차고 넘친다. 어떤 계기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앗아간 건지 이해가 안 되었지만, 그는 동료에 대한 친절과 바른 매너가 보통 수준 이상이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칭찬이 후하며 과하지 않은 위트가 있어 직원들 가운데서도 불호가 없는 인간유형에 속한다. 또 그는 서비스직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고객 지향적 사고가 탁월하다. 그건 고객을 수익이 아닌 오로지 진정한 손님으로 대할 때 갖출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오너십이며,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지 않은 희귀한 재능이다.
그럼에도 그는 가끔 행복하지 않다거나, 피곤하고 힘들다거나, 이곳이 지옥 같다는 등 굉장히 부정적인 감정을 서슴없이 타인들 앞에서 토해내곤 한다. 오랫동안 그를 관찰한 결과, 그는 그가 가진 좋은 재료를 제대로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각이 부재하여, 좋은 운을 끌어당기기는커녕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땅히 받아야 할 운을 스스로 쫓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 세밀하게 그의 불안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먼저 그는 영양 상태가 좋지 않다. 건강하고 깨끗한 음식은 우리 에너지의 근간임은 누차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그의 식습관을 보면 소식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인스턴트 음식 등이 주를 이루며 한눈에 봐도 에너지 출력을 높일 만한 식습관이 보이지를 않는다.
또한 그는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다.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퇴근할 무렵이면 기력이 없다는 그에게 단 5분이라도 운동하는 습관을 가져보라 권유해도 도저히 기운이 없다고 한다. 운동 없이는 피로의 굴레를 벗어날 방법이 없음에도 그는 점점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꼽는다면, 그는 힘을 뺄 줄 모른다. 가장 일찍 출근해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에게 쏟아붓고는 빈털터리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릇이 크기가 크면 모르겠으나 내가 보기에 체력의 그릇이 작은 그는, 벌써 십수 년째 그런 성실함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는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버팀의 한계가 오는 것처럼 보인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상처받았다고 말하는 그에게, 당신이 가진 재능이나 인품이 그 자체로도 너무 훌륭한데 그깟 회사가 못 알아봐 주는 것으로 왜 자신에게 상처를 주냐고 말했더니 너무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확연히 드러나 보이는 것을 말했을 뿐이라 했더니, 누구에게도 그런 위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가족보다도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 동료조차 위로하지 못할 정도로 사회가 집단 질병에 걸린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사회가 또는 회사가 요구하는 생산성의 수준은 24시간 일에만 몰두해도 채워지지 않을 만큼 점점 높아지고, 남들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느라 통장 잔고는 제자리걸음이며, 좋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하고 싶은 말도 대부분 참고 살아야 한다. 흘려보내지 않으면 쌓이고, 쌓이면 막히고, 막히면 결국 터지는건 쉬운 자연의 이치다. 그래서 우리는 화도 나고 우울함에도 쉽게 빠진다.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타인이 준 것이 아니라 내가 혼자 쌓아 올린 것들이다. 나의 그릇이 담고 있는 고요는 나의 그릇이 흔들려서 파도가 치는 것이지, 남의 그릇이 요동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기대가 높으면 조금 못 채울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면 되고, 남들의 소비가 부러우면 다소 거리를 두어 안 보이게 하면 되고, 좋은 평판이 듣고 싶으면 평판이 후한 사람들만 곁에 두면 된다.
우리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 힘을 더 빼도 충분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