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문장 #0128

말을 한번 삼키면 상대의 상처가 적어진다

by 미스터Bit

지난 주말, 서울은 한파로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뚝 떨어졌지만, 우리의 새벽 근력 운동은 멈춤없이 이어졌다. 30년 경력의 헬스 마스터 형과 운동을 하고 나면, 하루 이틀은 마치 심한 몸살 감기에 걸린 듯 근육통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정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뻐근했으나, 지금은 적응이 되어 약간의 피로만 느낀다. 형의 말에 따르면 근육이 찢어져 오는 피로감이고, 충분한 휴식과 단백질 공급으로 찢어진 근육을 채우면 근육이 커진다고 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인간의 몸은 참 경이롭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운동을 좋아했다. 내가 우리 아들 나이였을 무렵, 전 세계 모든 남자아이들은 NBA와 시대의 아이콘이던 마이클 조던에 열광했다. 나 역시 몇 푼 되지도 않는 용돈으로 조던 브로마이드를 갖기 위해 NBA 잡지를 열심히 사 모았고, 집안 곳곳에 브로마이드를 붙여 놓고는 어떻게든 떼려는 엄마와 매번 사투를 벌이곤 했다.


성인이 되고 직장에 와서도 나는 깊이는 없지만 틈만 나면 운동을 했고 그런 성실한 스스로를 꽤 자랑스러워했다. 축구, 야구, 수영, 사이클, 헬스, 테니스, 러닝, 골프 등 많이도 여기저기 기웃거렸었다. 나름 운동 신경이 있다고 생각해서 연습한 양에 비해 과한 자신감을 갖곤 했다.


그러나 형과 운동을 시작한 이후, 나는 그동안 내가 운동하는 기분만 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단순하게 그저 몸을 움직여 땀을 내면 운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형의 도움으로 운동을 제대로 하고 보니 나는 유연성도 부족하고, 좌우측 근력의 차이가 심하며, 호흡이 불안정했다. 무엇보다 몸에 불필요한 긴장이 너무 많았다.


초등학교 시절, 작은 동네에서 발이 남보다 조금 빠른 것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평생 운동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게 어리석고 부끄럽게 생각된다. 심지어 나는 전문가에게 레슨을 받은 경험도 전혀 없었는데도 근자감이 상당했다. 그 덕에 가장 예쁘고 건강하던 때의 나의 육체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했고, 할 수 있었음에도 더 강하게 단련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빛나던 시절에 열정적으로 나의 몸을 아껴주지 못한 것에 사과하고, 늦었지만 노력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생각이 깊어지니 문득 육체뿐 아니라 정신을 대하는 나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다. 지금껏 단 한 번의 의심도 없이 내 정신이 남들보다 건강하고 단단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어쩌면 나는 몸에 대해 자신했던 것처럼 나의 정신에 대해서도 잘 몰랐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만난 손님으로부터 우연히, 예전 전임 팀장이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에 대해 깊이 있게 아는 것은 아니지만, 주워 듣기로는 뻔뻔할 정도로 멘탈이 강해서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정도로 대가 세다고 들었다. 그런 그가 새로 이동한 사무실에서 반년 만에 직원들과의 관계 때문에 멘탈이 무너졌고, 그로 인해 평생 일한 회사를 준비 없이 그만두었다고 한다.


정신도 육체도 건강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최근 뉴스에서 나온 현대차 노조원들이 로봇을 생산 현장에 들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격렬하게 싸운다는 칼럼이 시선을 잡아끈다. 이제는 일터에서도 로봇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내 눈에는 우리 현대인의 심신이 더욱 피곤해질 것이라고 읽힌다.


이미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삶에서 만족과 평온함보다는 부족함과 불안이 더 자주 목격된다. 마음의 조급함 때문인지 너무 쉽게 타인의 멘탈에 독한 말로 펀치를 날린다. 가족도 예외는 아니다. 가깝고 언제든 만회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심하게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다반사다. 가족이기에 상처가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은 자연스럽게 무시된다.


말이 독해질 것 같으면 잠깐 멈춰보자. 말을 한번 삼키면 상대의 상처가 적어진다. 우리는 조금만 멈추면 충분히 타인의 정신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 오늘을 조금 더 멈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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