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유지하는 것은 경지 높은 삶의 태도이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년도 12월 실업률이 4.1%로 1999년 이후 최고라고 한다. 이런 어려운 취업의 관문을 뚫고 지난주 신입 여직원이 우리 사무실에 배치되었다. 아직 젖살이 채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의 신입 직원은, 본인이 직접 준비한 예쁜 포장의 마들렌 빵을 분홍 얼굴로 전 직원에게 수줍게 건네며 우리의 새로운 식구가 되었다.
어느덧 입사 20년이 된 내 또래 고참 직원들은 요즘 MZ세대 직원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다고 푸념한다. 그런 친구들의 얘기를 들을 때면, 월급이 백 달러인 미얀마 직원들과 일을 하는 나도 있으니 행복한 소리 하지 말라고 타박하곤 했지만, 내가 막상 우리나라의 MZ세대를 직접 겪어보니 미얀마 직원들과는 또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 일하는 사무실로 첫 출근하던 날, 퇴근길에 직원들과 함께 우르르 지하철역으로 향했고, 공교롭게 나와 MZ 직원만 같은 방향이고 나머지는 다른 방향이었다. 내심 속으로 첫날인데 같이 가는 지하철에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준비도 했었는데, 같은 방향의 MZ 직원은 개찰구를 지나 다른 방향으로 가는 직원에게 인사를 한 뒤, 같은 방향인 나에게도 작별 인사를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당황한 나는 MZ 직원이 있는 위치와 가장 멀리 떨어진 플랫폼으로 가 지하철을 탔다. 그 날 이후, 나는 그 MZ 직원과는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관계만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것과는 별개로 신입 직원을 오랜만에 받아서 그런지 그래도 나름 신선한 기대가 있었다. 내가 처음 입사한 20년 전, 나도 우리 신입 직원처럼 부푼 마음을 가지고 발령받은 사무실로 첫 출근을 했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사무실 규모도 크고 직원이 많았다. 조직 시스템은 다소 투박했지만 사람 사이의 정은 끈끈하게 낭만이 있던 그 시절, 나의 발령 인사를 받은 조직의 장은 나에게 사무실에서 담배를 권하셨다.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정겨운 것들이 많았고, 가끔은 그때의 낭만이 몹시 그립다.
지난주 금요일, 어쩌다 보니 신입 직원과 같이 퇴근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무방비로 당황하지 않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먼저 함께 가는 길이 불편하면 따로 가도 전혀 상관없다고 말을 뗐다. 그리고 사실 나는 혼자 가는 편을 선호하기에 어느 정도는 진심이었다. 그러나 신입 직원은 나의 말에 당황해하며 같은 방향이니 같이 가자하기에 그 마음도 내심 나쁘지는 않았다.
아내는 또 어린 직원에게 잔소리를 했다며 동의하지 않겠지만, 신입 직원에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를 한가지는 손님을 감사히 여기는 마음이고 다른 한 가지는 돈을 모으라는 얘기였다. 내 입장에서는 그 신입 직원이 보여준 나에 대한 바른 태도에 대한 보답으로 중요한 얘기를 해준 셈이었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초심을 잃지 말라 강조한다. 너무 자주 들어 식상하겠지만, 초심을 유지하는 것은 높은 경지의 삶의 태도이다. 조금 확장하면 끈기이자 꾸준함이고, 습관이며, 성공의 방정식이다. 뇌 과학적으로도 우리의 뇌는 시간이 지나면 어떤 자극과 변화도 그저 그런 평범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대부분 초심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미얀마 여행에 동반한 형으로부터 이 초심에 관해 뜻하지 않은 통찰을 얻었다. 평소에도 대단한 에너지를 끊임없이 발산하는 형은, 예정된 여행의 시간이 하루씩 닳아 없어지는 매일 아침마다 '나는 오늘이 여행 첫날 같아'라며 초심을 잃지 않았다. 실제로 형에게 느껴지는 에너지도 매일 새롭고 활기차 나 역시 이상하리만큼 매일매일이 밝고 건강했다. 여행이 끝나고 나서도 신체적인 데미지가 거의 없었고, 단언컨대 처음 겪어보는 좋은 기분이었다.
지금껏 몰랐는데 형은 초심 지키기의 대가였고, 나는 그의 비결을 순수한 즐거움과 강인한 체력으로 꼽는다.
그간 바쁘게 살다 보니 초심을 잊은 줄도 모른 채 초심을 많이 잊고 살았다.적절한 타이밍에 다시 초심을 찾으라는 의미로 신입 직원을 만난 것은 아닐까? 내일은 첫 출근하던 20년 전 그때 나의 초심을 다시 챙겨서 회사에 가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