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6일
“왜? 늦었는데 같이 가지 않고.”
“얼굴만 보고 금방 들어갈게요.”
“조심해서 다녀.”
…
“하아… 아직 입김이 나네.”
쌀쌀한 봄의 저녁.
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
11시가 넘은 시각, 그녀가 좋아하는 치즈김밥을 사들고 그녀에게로 향했다.
유난히 어두운 그날 밤, 내 가는 길을 비춰주는 달빛을 타고 나는 내 운명이 바뀐 곳을 지나고 있었다.
쾅!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나를 실은 오토바이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쾅.
… 눈을 떠보니 검붉은 바닥 위로 부서진 오토바이가 보였다.
조금 전, 분명 홍릉 사거리에서 직진을 했는데, 나는 사거리를 채 지나지 못하고 바닥에 누워 있었다.
예측출발로 좌회전을 하던 승용차에 부딪혀 자동차 앞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아스팔트 위에 던져져 목이 부러졌다.
일어나려 했지만 손은커녕 손가락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내 가는 길을 비춰주던 달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오늘을 넘기기 어렵겠어. 가족들 불러요.”
희미한 의식 속 응급실 의사의 건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오늘을 못 넘긴다는 걸까.
처참한 울음소리에 눈을 떠보니 눈물범벅의 가족과 친구들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빠…”
그녀도 함께였다.
그녀의 눈물이 내 몸에 뚝뚝 떨어졌다.
그런 모습으로 김밥을 전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잡고 있던 내 손을 놓으시며 오열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나는 긴 시간동안 잠을 잤다.
얼마나 오래 잤던지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는데 내가 지금 잠을 자고 있는 건지,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살아 숨 쉬고 있는 건지, 아무것도 구별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