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혁건 Jan 03. 2017

제2장 Don't Cry

2012년 3월 26일

“수술은 잘 끝났지만 3, 4, 5, 6번 경추_7개의 등골뼈로 된 척추의 윗부분, 목뼈_가 골절되며 신경이 크게 손상되었습니다. 

어깨 이하로 신경 마비가 와서 움직일 수 없고 감각도 거의 느낄 수 없을 겁니다. 

평생 누워서 지내야할지도 모릅니다.”      


11시간의 긴 수술이 끝나고 무사히 깨어났지만 자가 호흡이 되지 않아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어야 했다. 

간신히 눈꺼풀만 움직일 뿐 손끝, 발끝 하나 움직여지지 않았고, 그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1차 수술은 머리에 20kg의 추를 3개 달아 고정한 뒤 목에 상처를 내고 신경에 박힌 뼈 파편을 빼고 목뼈를 나사로 고정하는 수술이었다. 

신경에 뼈가 박혀있어 머리를 움직이면 위험하기 때문에, 머리를 고정할 수 있는 무거운 추를 단다고 했다. 

그 덕분에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병원 천장만 바라보며 누워있어야 했다.

 

“저… 어… 저어… 느은… 어… 떠언… 가아…요?” 

온 힘을 다해 간신히 입을 움직여 보았지만 내 상태가 어떤지 말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날 보며 눈물만 흘리는 가족들, 기도하라는 담당 의사. 

나는 그들의 암울한 표정과 눈빛만으로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음을 알았다. 

…이게 정말 현실일까?      


“아무도 없어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을 벗어나려 소리를 질러본다. 

허나 대답 없는 메아리는 이내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발을 떼어보려 해도 다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몸이 떨려온다. 


어둠에 몸이 묶여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나는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살려줘요. 제발… 제발!”     

꿈이었다. 

아니, 현실이었다. 


생생한 꿈 인줄 알았는데 거짓말 같은 현실이었다. 

나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오한이 들어 떨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제2장 Don't Cr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