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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건 Jan 13. 2017

제2장 Don't Cry

그녀를 보내다

욕창으로 수 없이 긁어낸 피부에는 다른 피부를 덮었지만 떠나간 그녀에 대한 기억은 무엇으로도 덮이지 않았다. 

하루는 떠나간 그녀가 가여워서 울고, 하루는 남겨진 내가 가여워 울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사랑했던 기억을 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내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이를 먹으면 추억으로 산다고 하더니, 내게는 그 시기가 조금 빨리 찾아온 것 같다. 

사고 후 망가진 것은 몸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우리가 헤어지게 된 것은 장애 때문이 아니라 나약해진 나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변화된 몸과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던 내가 그녀를 몰아대고 재촉하고 밀쳐냈던 것 같다. 

극과 극을 오가던 나의 심리상태가 곁에서 묵묵히 지지해주던 그녀에게 때론 지나치게 때론 무정하게 대하도록 했다. 

그러니 그녀가 결코 과거를 아파하거나 미안해하지 않기를.

      

그저 부족한 내 곁에 있어주느라 수고했다고 그리고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 

이제 그녀를 보내야 할 시간이다. 

그대의 꿈과 행복을 찾아서 나아가기를. 

나도 당신에게 배운 사랑을 발판삼아 꿋꿋이 살아남을 테니.      


한 때는 나의 모든 것이었던 사람이여.     

부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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