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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건 Jan 12. 2017

제2장 Don't Cry

그녀를 보내다

사고 이후 가장 아팠던 건 부러진 목도, 다리도, 욕창으로 썩어버린 몸도 아니었다. 

     

“우리 포기하지 말자.”     


평생 어깨 아래로는 못 움직일 거라는 말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를 보살펴 주던 그녀는 나의 모든 것이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아와 용기를 주던 그녀였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내 모습에 조금씩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그건 사랑이 변한 것과는 다른 것이었는데도 나는 그녀가 떠날까봐 두려웠다. 

줄어든 면회, 뜸해진 통화가 그녀의 마음 때문이 아닌 걸 알면서도 변해버린 현실이 두려웠다. 

      

왜 전화 안 받아?

오늘 뭐했어? 누구 만났어? 

내가 모르는 사람이야?

왜 말을 안 해?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집착하는 말들로 그녀를 괴롭혔다. 

병원에서 꼼짝도 못하는 나는 그녀를 기다리고, 그녀를 떠올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반복되는 일상에 할 말도 없었으니, 매일 똑같은 질문과 다툼의 연속이었다. 

그녀가 곁에 있을 때조차 불안해하는 나의 어리석음에 그녀는 더 차가워졌고, 우리 사이의 벽은 점점 높아져만 갔다. 


나는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곁에 있기를 고집했고, 지켜줄 수 없으면서 붙잡아두려 했다. 그녀의 꿈과 자유를 막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그저 예전처럼 함께하기만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우리는 헤어졌다.        

6년간의 시간, 함께 했던 약속들도 모두 사라졌다. 


이별은 내  몸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었다. 

나는 너무나 쉽게 다시 무너졌다. 

우릴 닮은 아이와 따뜻한 집을 그리던 그 때의 기억이 매일 날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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