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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건 Jan 15. 2017

제2장 Don't Cry

죽음을 가르는 소변 줄

대체 왜 혈압이 오르는지, 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혈압, 체온측정, 그리고 의사선생님께서 조치방법을 지시할 때까지 기다리세요.’ 가 전부였다. 

2015년에 소변 줄 때문에 한 환자분이 사망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돌아가신 그 분은 경수 장애인이셨는데, 중증 장애인 환자 모임에 회장을 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셨던 분이셨다. 


십 수년을 극진히 간호해 주시던 어머님이 돌아가시자 소변 줄을 하게 되었고, 소변 줄이 막혔을 때 의료진이 이를 발견하지 못해 높아진 혈압으로 인한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만큼 이 ‘자율 신경 과반사’는 나 같은 척수마비 환자들에게 치명적이다. 


이 후 척수 장애인의 ‘자율 신경 과반사’에 대한 공식 발표가 있었고, 

신문에도 기사가 실려 지금은 많은 척수 장애인들이 그 위험성을 알게 되었지만, 

이 외에도 경수 장애인들이 조심해야 하는 것이나 유념 할 것들은 수도 없이 많다.

 … 누군가에게 아무것도 아닌 소변이 누군가에게는 목숨이 걸린 중요한 일이라니. 

아무것도 아닌 말에 또 울컥한다. 


하루하루 생명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손을 빌려야 하고, 

몸의 작은 불편에도 큰 위기감을 가져야만 한다.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나야 이 슬픔이 사라질까. 

어깨 아래로는 아무런 감각이 없는데도 이 슬픔은 늘 나를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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