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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건 Jan 18. 2017

제2장 Don't Cry

하모니카를 배우다

국립재활원에 있을 때 한 사회복지사님의 권유로 ‘하모니카 훈련과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듣게 되었다. 

경추 손상 환자들은 폐활량이 일반인들에 비해 3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늘 폐를 팽창, 수축시키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하모니카는 호기와 흡기를 모두 사용하는 악기로 심폐기능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느낌으로 불어야하는 하모니카는 그만큼 많은 숨이 필요하지만, 비교적 배우기가 쉽고 크기도 작아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악기였다. 


처음에는 호흡훈련이 목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모니카는 내게 훈련 그 이상의 것이 되었다.     

그 때는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생각했던 시기였기에 ‘노래를 부를 수 없다면 악기로 노래하자!’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손바닥만 한 나의 블루스 하모니카는 음악과의 마지막 연결고리였다. 

나는 살기 위해 하모니카를 불었고, 하모니카가 있어 살아있음을 느꼈다. 

     

“재활이나 해. 당신이 하모니카만 부니까 못 걷는 거야!”     


옆 침대 환자분이 소리쳤다. 

되도록이면 병실이 비었을 때 하모니카를 불렀는데, 하모니카에 빠져 다른 분들이 있을 때에도 하모니카를 부르는 날이 늘어났었다.

 ‘신경이 3센티 가량없는 제가 재활을 통해 걷는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억울함을 전하고 싶기도 했지만,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병실을 나섰다. 


혹독한 연습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옥상으로 올라가서 연습을 했고, 다시 항의가 들어오면 병원 밖으로 나가 연습을 하곤 했었다.      


“눈을 감고 숲 속에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음악치료 선생님은 하모니카 전공자는 아니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분이셨다. 

눈을 감고 가만히 하모니카 연주를 들으니 정말 숲속에 와있는 것 같았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어느 여름 날, 잎이 무성한 나무 아래 편안히 누워 낮잠을 자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살며시 눈을 떠보니, 연주를 듣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아무도 치료해 줄 수 없는 아픈 마음을 음악이라는 약으로 치유 받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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