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무력화하여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자 하는 폭발음을 군대에서 알게 되었다. 탄환을 탄창에 밀어넣고 총신에 결합한 뒤에 개머리판을 어깨에 고정하고 조준간을 통해 표적을 겨냥하여 방아쇠를 당기면, 끔찍한 소리와 함께 탄환이 발사된다. 화약이 터지고 난 후 매캐한 연기 안에서 과녁에 뚫린 작은 구멍을 바라보면, 피격당한 사람은 도리 없이 뼈와 살이 꿰뚤리며 죽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비극적으로 직감하게 된다. 그래서 불행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기는 사용되지 않고 언제나 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4년 12월 3일,병기창에 잘 있어야 할 총기가 무도하고 불손한 목적으로 서울에 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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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계엄을 선포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의결을 무산시키기 위하여 특전 요원들은 헬기를 타고 국회에 진입했다. 그들은 실탄이 장전된 총기로 무장되어 있었다. 계엄의 목적은 반국가세력의 척결이었고, 그것은 야당 국회의원을 지칭했다.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총구를 들이대는 것은 국민들의 정치적 여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와 다를 바 없다. 내란의 주범들은 대통령과 고위 공무원, 경찰 수뇌부, 군 장성 등 엘리트 관료와 군·경들인데, 그들은 위법한 지시를 비판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국민의 명령을 배반했다. 민주주의를 전복하기를 꾀했음에도, 자신이 저지른 위헌적 행위가 어째서 잘못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만약 시민들이 국회를 지켜주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계엄이 성공하였더라면 그들은 불멸의 신성가족이 되어 국민들의 고혈을 달게 마시며 영락의 세월을 누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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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은 우리나라가 엘리트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완전히 실패하였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증명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학업 경쟁에서 얻은 진학 계급의 획득은 승자가 기회를 독식하는 것을 당연한 규칙으로 여기는 문화를 고착화했고, 공동체는 그렇게 탄생한 엘리트에게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의무를 부과하는 데 실패했다. 개인의 이익을 무제한으로 추구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배경은 그가 단순히 시험을 잘 보았기 때문이라는 경외심으로 합리화되었다. 국민의 힘에 의해 계급과 지위를 위임받았음에도 당연하게 공권력을 사유화하고, 민의에 따른 사회 심판과 개편 요구를 자신의 귀족적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내란 수괴는 계엄을 통해 김정은처럼 되기를 꿈꿨고, 동조자들은 분연하게 일어나 독재자의 탄생을 조력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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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에 의해 계엄이 좌절되자 여당 의원들은 탄핵 표결에 집단적으로 불참하여 탄핵 투표를 불성립시켰다. 여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이지만, 자신을 선출한 국민들을 배신하고 내란 수괴의 부역자가 되는 길을 택하였다. 그렇게 항변하는 이유는 '체제와 미래 세대를 위해 정권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였더. 그들의 괴변을 통해 '정권과 국회의원 뱃지는 누구도 박탈할 수 없는 내 것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국가 신인도가 하락하고, 환율이 치솟고, 시총이 증발하여도 괜찮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잊혀진다고도 말했다. 일련의 사태를 보며 엘리트라고 자신했던 사람들은 이번 계엄을 통해 신분이 세습되는 중세 봉건국가를 꿈꾸었던 게 아닌가 의심된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은 이제 더 이상 실현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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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시점이다. 소설가 한강은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는데,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중학생 문재학 군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계엄군에 의해 피격되어 사망하였고, 암매장되었다. 이 이야기는 비극이지만, 우리는 문재학 열사의 시신을 넘어 결국 민주화된 국가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학상은 한강 개인의 성취이기도 하지만, 우리 국민이 독재와 압제에 항거하며 이뤄낸 승리에 대한 세계의 찬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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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려왔던 우리의 역사는 이번에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질 것이라는 여당 의원의 비아냥에 맞서 '꺼지지 않는 촛불'으로 이 땅은 변치 않는 민주공화국임을 증명할 것이다. 추운 바람이 부는 광장에서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몸을 덥힐 것이다. 곱은 손을 녹이기 위해 핫팩을 손에 꼭 쥐면서도 차갑게 분노할 것이며, 빛을 잃지 않기 위해 응원봉의 건전지를 수시로 갈아끼울 것이다. 그렇게 꺼지지 않는 촛불로 우리는 너희를 꾸짖는다. 대한민국은 너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나라라고. 이 나라의 힘은 응원봉을 높이 든 우리 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