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 밑의 눈

일상 에세이

by Pink Brown

사무실에 비치된 커피 머신 옆에 전자레인지가 있다.

회사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축복스러운 물건이 아닐 수 없다.

오늘도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비상 식량(빵)을 전자레인지에 녹이면서 무심히 천장을 바라보는데, 천장에 매달려있던 포인트 전등 밑에 무언가가 떠다니고 있었다.


눈.


순간 머리 속에 지나가는 단어는 그것 하나였다. 사무실이 높은 빌딩에 위치해 있어, 비나 눈이 올 때 저층부에서 볼 수 없는 현상을 보곤 하는데, 그건 바로 비나 눈이 승천하는 풍경이다. 높은 건물에 부딪힌 바람의 흐름에 따라 비가 옆으로 내리기도 하고, 눈이 위로 힘차게 솟구치는 것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언제나 나와 함께하지만 보이지 않던 공기 중의 먼지가 전등 불빛에 반사되어 옆으로 위로 떠다니는 모습에서 왜 나는 눈을 연상했을까. 지금이 여름이었다면 아마도 흩날리는 안개비를 생각했겠지. 지금은 11월, 곧 겨울이 닥칠 계절이다. 그래서였겠지, 눈이 떠오른 것은.


전등 빛에 반사되어서야 눈에 보이는 작은 먼지들은 방향도 없고, 규칙도 없이, 느껴지지도 않는 공기의 흐름을 타고 어디론가 떠다닌다. 떠 가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보이지 않던 것이 갑자기 보이기도 하고, 아예 어디론가 흘러가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내 눈으로는 어떤 것이 어떤 것인지 그 사이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다. 그저 작은 입자들이 눈 앞에서 떠오르거나 흘러가는 모습을 멍한 눈으로 구경할 뿐이다.


어느 날, 소리없이 눈이 내리는 날에도 저렇겠지.

방향도, 규칙도, 경향도, 목적도 없이 그저 중력과 바람에 온 몸을 맡기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

눈은 입자 하나 하나가 눈이기도 하지만

뭉쳐서 내리는 그 자체가 눈이기도 하다.

한 송이, 한 송이는 그 자체로 소중하지만, 우리는 구분할 수 없다, 이 눈과 저 눈의 차이를. 이 눈은 어디에서 생겨나서 어떤 경로를 타고 여기까지 왔는지 - 그저 하늘에서부터 내려왔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내려온 눈송이들은 아이들 손에 뭉쳐져서 던져지기도 하고, 난간 위에 소복이 쌓이기도 하고, 눈집게에 빨려들어가 눈오리가 되기도 하고, 한쪽에 무더기로 치워져서 그대로 얼어붙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발 밑에서 흙과 섞여 새까맣게 변하기도 한다. 그 안에서 나는 눈 송이를 알아볼 수 있을까. 아니, 그것들은 그저 눈일 뿐이다.


그렇다면 눈 입자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인가.

어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아버지는 눈의 결정으로 미래를 예지하는 점술가이다. 추운 계절이 되면 눈이 많이 내리는 산 중턱의 작은 별장으로 가서, 온 겨울 내내 눈송이를 모으고, 관찰하고, 의미있는 눈송이는 박제하여 보관한다. 그에게 눈송이는 그저 의미없는 그 무엇인가가 아니다.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마치 풀숲의 네잎 클로버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눈 결정으로 무엇을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지하철이 꾸역꾸역 뱉어내는 사람들의 무리에서 나는 사람 한명 한명을 구분할 수 없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자,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들은 그저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직장인일 뿐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눈 입자와 같은 존재들일까.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지만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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