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절을 좋아한다.
알 수 없는 고즈넉함과 차분함, 그리고 아늑함이 있다. 풍경 소리, 목탁 소리, 소리 낮춰 웅성이는 목소리, 진심으로 기도하는 얼굴들, 기괴한 사천왕, 향이 타들어가는 내음,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듯한 목조 건물이 마치 다른 시공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마도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절이 달래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절을 의도적으로 자주 찾는 것은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가 보는 정도. 이번 절 방문도 그러했다. 속초 쪽에 갈 일이 있어 낙산사에 들린 것이다.
무료로 차를 나눠주는 누각이 있어, 나무 계단을 올라 따스한 차 한 잔과 함께 양지바른 곳에 앉아 호록호록 차를 마셨다. 무슨 차인 지는 모르겠지만 구수하고 친근한 느낌의 차였다. 따뜻한 햇살, 누각 밑으로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 멀리 소나무와 새파란 바다가 보였다. 공기가 맑아서 모든 색이 다 예뻤다. 아.. 차도, 햇볕도 따끈하다... 이제 봄이 오려나보다... 나른한 기분에 젖어 있는데, 문득 서슬 퍼런 찬 공기가 무자비하게 퍽 치고 지나갔다. 정신 차려, 아직 겨울이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 해안 도로에서 보았던 거센 파도가 생각났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는 잔잔하다. 하지만 강하게 부는 바람의 에너지를 그 안에 오롯이 품고 속으로 으르렁 거리는 것일 테다. 그 으르렁거림은 무언가 몸을 부딪힐 곳이 나타나면 그 에너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콰광, 쏴아.
파아아아, 쏴아.
쿠구구궁, 쏴아.
물보라가 일고, 물기둥이 부서진다. 거친 짐승의 포효와 다름없다. 아니, 그보다 더 깊다. 그래서 더욱 두렵다.
누구나 마음속에 크든 작든 파도가 존재한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여도 그 안에 무엇이 으르렁거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 부딪히게 되면, 파도가 인다. 파도는 잔잔할 때도 있고, 해변에서 바닷물 피하기 놀이를 할 수 있을 만큼 즐겁기도 하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하게 덮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적셔버리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그 파도가 나 자신을 집어삼키기도 한다. 파도에 압도당한 나는 불안함과 두려움에, 내가 바꿀 수 없는 장애물이 아닌 나 자신을 비난한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얼마나 넓고 크든 작든 상관없이, 파도 때문에 자신이 바다라는 것을 잊지 마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