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과 지루함

by Pink Brown

차갑지만 청명한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강히 잘 지내시나요?


저는 지루한 날들의 연속 속에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어떻게든 지루하지 않게 하루를 보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지루하지 않게 하루가 지나가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지루함이 어깨 위에 들러붙어 하루 종일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로 한 것이 없는데도 퇴근 후에는 피곤합니다. 어깨 위의 그것이 모든 에너지와 긍정적인 기분을 흡수해서 먹어 치웁니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일을 하는 것이 본인의 바람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쓸데없는 데에 고민을 하고, 사소한 것에서 비난을 받고, 가치가 낮은 것에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는 것은 정말 힘들고 지치는 일입니다. 괜스레 투정 부리고 투덜거리고 싶어져 누구인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이렇게 털어놓고야 마는 저를 용서하세요. 하지만 저는 당신이 친절하게 제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답니다. 누군가의 눈에 들어 읽힌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많은 위로가 될 것입니다. 읽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 편지를 쓰는 것만으로도 저는 위안을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의 가장 큰 쓸모는 지루함을 달래는 것입니다. 이 글의 가장 큰 용도는 넋두리를 하는 것입니다. 이 글의 존재 이유는 그저 마음을 적기 위함입니다. 그 과정에 당신이 함께 해준다면 그것만큼 고마운 일은 또 없을 것입니다. 당신의 친절함에 미리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지루함은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의 양과는 큰 관계가 없습니다. 지루함은 반복과 아주 큰 연관 관계를 갖습니다. (연관 관계와 인과 관계는 다른 차원이지만, 저는 과학적으로 이를 증명해 본 적은 없기에 리스크가 적은 연관 관계라고 표현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것이 없을 때에 극대화됩니다. 할 것은 있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달라지지요.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서 아무 일이나 내가 들고 쑤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조직에서는 역할이라는 것이 있고, 담당 직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니까요. 어떤 회사는 직무와 역할에 관계없이 하고 싶은 일은 손 들고 하면 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정말 유연한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사람이, 하고 싶은 사람이 그 일을 하고, 그것이 조직적으로 인정이 되는 그러한 구조. 부러운 문화입니다. 물론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분명 이러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불편함과 안 좋은 무언가를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크기와 관계없이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지요. 나에게 없는 것이 남에게 있다면, 사람은 그것을 탐하게 됩니다. 이직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이 나이에 이 연차를 가진 워킹맘은 이직도 쉽지 않답니다. 혹시 기회가 아직 남아있는 분이 있다면 이직의 시기를 놓치지 마세요. 이직도 적기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지나가버리면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답니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라디오처럼 듣습니다. 라디오처럼 듣기 때문에 다른 언어로 나오는 부분은 알아듣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지금도 향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들으면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향에 극도로 민감해진 사람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 있군요. 저도 지루함에 극도로 민감해진 것일까요. 편지를 쓰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행위 자체가 지루함을 끊어내려는 노력입니다. 그저 지루함을 어깨에서 떨쳐버리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할까요. 지루함은 정말로 끈질긴 녀석입니다. 올해 남은 날들도 지루함과 함께하게 될 거 같아 지레 겁이 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니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요? 당신이 나의 지루함을 조금은 덜어주면 안 될까요? 아닙니다. 저의 힘듦을 당신에게 지우면 안 되겠지요. 그건 정말 안 될 말입니다. 오늘도 저의 말을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즐겁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남은 오늘도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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