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향수 ③ Pure Musc For her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퓨어 머스크 포 허 오 드 퍼퓸

by Pink Brown

머스크는 기본 중의 기본 향이다.

많은 향수에서 Base note로 널리 많이 그리고 대중적으로 쓰인다.

그 향을 메인으로 내세워 여성스러움을 극대화하고 파우더리함을 최대한 덜어낸 향수가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퓨어 머스크 포 허이다. (이름이 너무 기니까 이후로 포허로 대체해서 사용하겠다.)


평소에 파우더리한 향은 너무 화려한 느낌이나, 어쩌면 아기 같은 느낌, 특히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숨 막힐 듯한 느낌을 최대한 줄이고, 최대한 부드럽게 만든 것들에서 풍기는 머스크향은 그 무엇보다 매력적인 향이다. 호불호가 없을 것 같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향. 사람의 기저에 숨겨져 있는 가장 본능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향. 그래서 그 어떤 향보다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향일 것이다. 게다가 중성적이어서 남성과 여성 관계없이 어떤 향수에도 블렌딩이 가능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향수에 조향 되는 향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향이 머스크 아닐까 한다.


포허는 그 장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노트 구성 또한 단출하다. 머스크, 화이트 플로럴 부케, 캐시미어 어코드. 이 세 개의 향을 최적의 비율로 조합했다. 나는 이렇게 단순하게 조합한 향을 좋아한다. 화려한 향수 중에서는 향을 12개도 넘게 조향 해서 사용하는 것들도 있는데, 이러한 향들은 나를 어지럽게 만든다. 단순한 조합으로 완성된 향은 다른 향수(향이 진하지 않은)와 레이어링 할 때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포허는 기존에 있는 향수들과 종종 레이어링 해서 사용하곤 한다. 특히 그 진가가 드러나는 때는 가을과 특히 겨울이다. (겨울은 머스크의 계절이니까)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레이어링은 조 말론 레드로즈 코롱과 포허의 조합이다. 니트에 뿌리면 상큼하면서도 그윽하고, 잔향으로 갈수록 수줍은 관능으로 변모하는 다양한 매력의 향을 즐길 수 있다. (사랑하는 향수 중 하나인 레드로즈 코롱은 추후에 리뷰할 예정이다)


포허를 입을 때마다 단순함이 주는 힘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덜어낼수록 완성되는 단순함의 힘.

그 단순함을 위해 최대한 많은 케이스를 준비하고 그 중에서 고르고 고른 노력.

무언가를 하면 할수록 무언가가 점점 더 얹어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건만 그것을 거부한 신념.

그래서 더욱더 소중해지는, 그래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단순함의 생명력.


덜어냄은 홀가분을 느낄 수 있지만, 동시에 불안감 또한 수반된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놔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포기하면 다시 잡을 수 없는 것은 아닐까.

비난받으면 어떡하지, 원래 네 몫이었던 것을 다른 사람에게 떠 넘긴다고.


하지만 인간에게 원래라는 것은 없다.

순수한 영혼으로 퓨어한 몸 하나만 가지고 이 세상에 온다.

그것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것은 세월과 경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익히는 지혜와 역할에 따른 권리 그리고 의무다.

비우는 것에 대한 공허함과 불안, 그리고 주변의 비난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간은 잘 덜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이 향수는 비워냈다. 아니, 가장 단순하게 채워냈다. 그리고 완전하다.

언젠가 나도 이렇게 비워내고, 완전해질 수 있을까. 오늘도 포허를 뿌리며 생각해 본다.


---------------- 노트 구성 -------------------

Top 머스크

Middle 화이트 플로럴 부케

Base 캐시미어 어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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