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을 차려입은 한 젊은이가 커피 네 잔을 주문해 곱게 세팅해 놓고 혼자 앉아 있었다. 일행이 늦는가 보다, 커피가 다 식어가는데 야속하겠다, 싶었다. 알고 보니 결혼을 약속한 여인과 그 부모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주차장에서 거리가 머네, 하며 일행이 들어왔다. 여인은 젊은이 옆에, 부부는 젊은이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부부는 다 식은 커피를 들이키기도 전에 여인이 얼마나 귀한 딸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돌아가며 신신당부했다. 부모의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사위가 될 사람과 딸 앞에 앉아있는 날이 온다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내가 자네에게 훌륭한 조언을 해줄 처지는 못 되네만, 으로 시작하게 되겠지. 서로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붙어사는 시대는 지났다고, 그러니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서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들을 정해서 잘 지키라고, 사랑에 빠진 예비부부 앞에서 하기에는 다소 어색한 말들을 늘어놓을는지도 모르지.
함께 사는 동안에는 서로에게 충실하고 진심으로 행복하라는 의미에서, 그러니까 잘 살라는 의미에서.
생각을 이어가는 사이 부부가 일어섰고, 예비부부도 일어섰다. 남성이 젊은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해주었고, 나도 마음으로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