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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 뭐 하세요?

by 눈물과 미소



엄마는 오늘 뭐 하세요?


아침 식사를 하던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자신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엄마도 어딘가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인지하고, 엄마의 안위를 염려해 주는 것이었다. 아이의 마음속에 엄마의 자리가 다시 조금 넓어졌나 보다. 최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 덕택인 것 같다. 아이의 변화에 실로 감격스러웠다. 왜냐하면, 이런저런 일을 겪은 이후로 사춘기가 시작된 아이는 ‘분리된’ 생활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학교에 갈 때에는 잠옷 바람의 엄마를 누군가 볼세라 문을 닫기 바빠 인사는 하는 둥 마는 둥 했고, 하교 후에는 방문을 굳게 닫고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늦은 오후부터 저녁까지 낮잠을 자고 느지막하게 일어나 밤늦은 시각까지 잠들지 않았고, 중간에 깨워서 저녁을 먹게 하면 저녁 메뉴에 투정을 했다. 그뿐 아니라 주로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문제로 언니와 심하게 다투곤 했다. 이렇게 분리된 사춘기 소녀와 ‘그래도 함께’ 생활하기란 참 힘겨웠다.


그러던 아이가 이주일 여 전부터 방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거실에서 함께 홈트레이닝을 했고, 보드게임을 하자고 제안했으며,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인사를 했고, 심지어 내게 안부를 물어왔다. 어쩌면 아이는 단순히 사춘기를 겪었다기보다 가벼운 소아 우울증을 앓은 것 같기도 하다. 증상은 다르나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던 것 같다. 부모님이 매일 같이 싸우시던 시기였고, 나는 가만히 있다가도 울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다 큰 지금 그 시절을 회상해 보니 그 시절의 나도, 아이도 우울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다시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갔다. 또다시 낮잠을 잔다. 그렇지만 지금은 ‘엄마 뭐 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진 이후의 시점이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의 공간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아이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아이는 또다시 방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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