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엄마 일기
#1. 산책길에
지난밤 우는 아이를 데리고 산책길에 나섰다. 엄마도 작년에 이렇게 힘드셨어요,라고 물었다.
"엄마가 힘들어하실 때 같이 산책 가자고 하셨는데 한 번도 안 가서 그것도 너무 후회되고,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고..."
아이가 눈물을 훔쳤다. 네 문제로도 힘들 텐데 엄마 생각까지 해주고 기특하다고, 지금 함께 가니까 괜찮다고 아이를 다독여주었다. 타인의 슬픔이 보인다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지 않고 한 걸음 밖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일 것이었다.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아이가 한 뼘 더 자라겠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2. 학교에서
점심을 먹지 않을지도 모르는 아이를 위해 아침식사를 평소보다 많이 준비해 주었다. 밥이 많다며 덜어내는데 마음이 아팠다.
점심시간 무렵 배가 고파오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을 아이 생각이 났다. 밥을 먹는데 죄책감이 들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행사가 있어 도시락을 싸가는 날이었던 것을 모르고 그냥 빈가방을 보냈던 날 생각이 났다. 나는 동료들과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는데, 아이 도시락이 없다고 유치원 선생님께 전화가 온 것이다. 아이에게 너무도 미안했던, 그날 생각이 났다. 아이를 위해 가난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3. 집에서
아이는 하굣길에 삼각김밥을 두 개나 사들고 와 허겁지겁 먹은 모양이었다. 빵까지 마저 먹어치우려는 것을 저녁 먹어야 한다며 간신히 말렸다. 아침에 한 화장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을 보니 오늘은 많이 울지 않은 것 같았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 할 때만 조금 울었단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는 대신 과학 공부를 해서 과학 수행평가를 잘 봤다고 말하는데 마음이 짠했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던 눈물이 이제는 정말 멈추었던지 제법 웃고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그래, 친구가 어디 걔들 뿐이니!"라는 나의 말에 아이가 맞장구를 쳤다. 아이의 내면이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다. 주께 참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