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함은 능력이 아니라 순서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사업계획서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이상하게 손부터 멈춘다. 아이디어가 없는 건 아닌데, 막상 문서로 옮기려 하면 이게 과연 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하게 된다. 잘 써야 할 것 같고, 괜히 썼다가 평가받을 것 같고, 그래서 시작 자체가 부담이 된다.
AI를 써보면 좀 나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늘 반듯하고 일반적이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닌데, 내 이야기 같지는 않다. 그래서 다시 고치고, 다시 지우고, 그러다 보면 처음보다 더 멀어진 느낌이 든다. 도구가 문제인 것 같다가도, 결국은 내가 뭘 물어봐야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로 돌아온다.
요즘 사업계획서가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예전처럼 ‘이런 걸 해보고 싶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지금은 왜 이 문제를 선택했는지, 왜 이 방식이어야 하는지,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결해야 할 상황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글로 풀어내려면 쉽지 않다.
더 답답한 건, 분명히 다 써놓았는데 정리가 안 된 것처럼 보일 때다. 열심히 쓴 것 같은데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요지가 흐릿해 보인다. 이건 글을 못 써서가 아니라, 생각이 아직 구조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겹치지 않게 나누고, 빠진 부분 없이 배열하는 것만으로도 글의 인상이 달라진다.
그래서 사업계획서는 한 번에 완성하려고 들수록 더 멀어진다. 아이디어를 꺼내는 단계, 질문으로 걸러내는 단계, 내 사업에 맞게 다듬는 단계처럼 나눠서 접근해야 한다. 중간에 “이게 정말 고객 입장에서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한 번만 던져도 문서의 방향이 바뀐다.
자료가 없어서 시작을 못 하겠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많은 말을 해왔다. 블로그에 쓴 글, 상담 중에 했던 설명, 메모해둔 생각들. 이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문서로 엮는 게 사업계획서다. 새로 쓰는 일이 아니라, 흩어진 생각을 한 자리에 모으는 일에 가깝다.
AI로 쓴 티가 날까 봐 걱정하는 마음도 이해된다. 문장이 너무 반듯하면 오히려 낯설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꼭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말로 설명하듯 다시 읽고, 내가 실제로 쓰지 않을 표현은 덜어내는 과정. 그때 비로소 글은 ‘내 사업 이야기’가 된다.
다 써놓고도 계속 불안하다면, 그건 자연스러운 상태다. 이럴 때는 문장을 더 고치기보다 전체 흐름만 보면 된다. 앞뒤가 맞는지, 같은 말이 반복되지는 않는지, 핵심이 흐려지지 않았는지만 확인해도 충분하다. 그렇게 한 번 숨을 고르고 나면, 제출 버튼이 조금은 덜 무겁게 느껴진다.
사업계획서는 특별한 사람만 쓰는 문서가 아니다. 생각을 평가받기 쉬운 형태로 바꾸는 작업일 뿐이다. 자꾸 멈춰 서게 된다면, 그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일 가능성이 크다. 순서가 보이면, 글은 생각보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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