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moved, calm> Calligraphy Exhibit'n-2
그렇게 전시회 준비는 공동의 과제에서 이탈한 채 나 혼자만의 고유한 과제로써 서서히 틀을 갖추며 변모해가고 있었다.
시간이라는 무심함이 저만치 앞서 전진해 가자 전시회의 책임감과 무게감도 조금씩 가중되기만 하고, 홀로 견뎌내기에는 부쩍 힘이 든다.
용상 경기에 임하는 역도 선수는 두 번에 걸쳐(clean 동작과 jerk 동작) 바벨을 들어 올리려 용을 쓰기 이전부터 자신의 체중을 조절하여 계체량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듯이, 전시회라는 암묵적인 자중에 의해서인지 내 몸속의 진액마저도 마치 계체량을 통과라도 하려는 듯이 서서히 내 몸속에서 빠져나가고 있음을 알아채기에는 그토록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머리를 이리저리 비틀다가 머리카락마저 쥐어짜자 간 밤에 멧돼지가 할퀴고 간 것 마냥(마구마구 헤집어 놓자) 결국엔 모낭까지 뿌리째 드러내 보이고야 만다.
잠시 후, 회사 건물 2층 안쪽에 보란 듯이 자리 잡고 있는 집무실에서도 책상의 기울기를 따라 내 몸에서 조금씩 새어 나온 진액은 희미하게 원을 그리되, 먹이를 찾아 킬리만자로의 산을 헤매다가 온 표범 마냥 지친 몸을 누인다.
이윽고, 불씨는 자석에 이끌리듯 점화원을 애타게 찾다가 결국에 오작교에서 상봉하게 되는 기쁨을 누리게 되자, 제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끝내 터져버리고야 마는 파국을 맞이한다.
'아~악~ 아, 악~!'
그야말로 단말마와도 같은 괴성이 나도 모르게 내 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꿈틀대더니 뚜껑이 열리자마자 용솟음치듯 분출되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활화산처럼 그 열기마저 상당하다. 만약 누군가가 옆에 있었다면, 롯의 아내처럼 아니 폼페이의 연인처럼 그대로 재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회사 동료들이 모두 다 화들짝 놀란다.
무슨 일인지 저마다 웅성거린다.
"왜 저러셔?"
"ㅇㅇㅇ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모양이야?" "전시회 때문인지 모르겠네"
나는 붓을 떨구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저 하늘만 쳐다본다. 온갖 재주를 부리며 스키장 슬로프를 여유롭게 활강하며 내려오는 스키어처럼, 흰 구름만이 무심하게 푸른 양탄자 위를 유유히 미끄러지며 흘러간다. 구름에 달 가듯이
멍.
멍을 때린다.
한참 동안이나 때려본다.
하늘 멍.
그것도 파란 하늘 멍!
진짜 최고다.
힐링 만 땅! 충전 굳!
"휴~우"
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그 무언가가 한숨과 함께 꼬리를 감추며 저 멀리 달아난다. 하늘 멍이 나름 효과가 있나 보다. 여러분도 한 번 해보시라 적극 권해드린다.
이제껏 머리 속을 맷돌처럼 짓누르고 억누르던 그 무언가가 담배 연기처럼 눈앞에서 S자를 그리며 홀연히 사라진다.
사그르르.
사위가 평온하다 못해 고요하다.
요람에 뉘여져 꿈 속에 빠진 갓난 아기 마냥
무중력 상태에서의 우주선 조종사가 된다
해파리가 바닷속을 유영하듯 그리고 미끄러지듯. 쓰윽, 쓰~~으~윽!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